1박 수십만원 특급호텔 2030 비중 수직상승
이색 체험·공간 가치 높여 MZ세대 모시기 경쟁
'고급스러움'만으론 부족…"힙해야 통한다"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던 직장인 김모(29)씨는 최근 부산 해운대의 5성 호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겼다. 그저 쉬는 것만 목적은 아니었다. 김씨는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다 보니 호텔 안에 다양한 재미가 있는지가 기준이었다"며 "맛집을 따로 찾지 않아도 유명 셰프가 만든 음식을 먹고 위생적인 환경이 보장돼 고급 호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급 호텔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루 숙박비만 30만~50만원에 달해 이전엔 구매력을 갖춘 4050세대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하늘길이 막힌 탓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된 MZ세대 고객들이 명품 등 나를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이 휴식 공간으로 확산하자 이들의 취향 맞추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게 호텔업계의 목소리다.
4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0대와 30대 고객 비중이 상반기보다 30% 급증했다. 호텔 관계자는 "40대와 50대 투숙객 비중은 변화가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라며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M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이들이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원하는 건 소위 "힙하다"고 표현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게 만든다는 뜻의 신조어)' 콘텐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휴식만 제공해선 안 되고 이색적인 체험이 가능해야 선택을 받는다는 얘기다. 비대면이 전 산업으로 확산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호텔이 살아남으려면 오프라인만의 매력을 키우는 콘텐츠가 답이라고 판단한 프리미엄 호텔들은 MZ세대 공략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경우 식음료(F&B) 콘텐츠 강화가 주효했다. 호텔 중 처음으로 반려견과 같이 갈 수 있는 뷔페를 만들었고 북경오리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식당, 고객이 직접 신선한 재료로 조리할 수 있는 레스토랑 등에 대한 호응이 높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조만간 벚꽃으로 가득 채운 스파 개장도 앞두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2030세대에 인기가 높은 간편식 전문몰 쿠캣마켓 대표 상품을 묶음으로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등 입맛 공략에 나섰다. 웨스틴조선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가상현실(VR) 기기 대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VR 기기를 쓰면 해외여행을 하는 듯한 콘텐츠가 눈앞에 펼쳐진다. 객실에서 취향대로 직접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MZ세대는 유통업계 전반의 핵심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최근 개장한 현대백화점 새 매장 더현대서울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 매장이 없다. 남들과 똑같은 명품보다 젊은 감각의 독특한 브랜드 선호도가 더 높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11월 새 단장을 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공간을 확장하고 스니커즈, 스트리트 패션 등 브랜드를 추가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도 작년 12월 리뉴얼을 통해 힙지로(힙+을지로)와 문래동, 성수동 등 2030세대 인기 골목의 먹거리와 상품들을 들여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이나 휴업한 관광호텔이나 리조트 등이 102곳으로 전년(63곳)보다 60% 늘었다. 외국인과 비즈니스 투숙객 의존도가 높고 1박 가격이 10만원 미만인 3·4성급 호텔이 특급 호텔처럼 내국인을 유치하지 못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이색 콘텐츠를 갖춘 문화공간으로 가치가 있어야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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