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가 공개한 정진석 추기경의 연명의료 계획서 일부. 허 신부 페이스북 캡처.
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 제공
지난달 21일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정진석 추기경이 병상에서도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지난달 22일 있었던 정 추기경과의 만남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설연휴가 지나고 며칠 동안 통증이 심해졌지만 주변의 권유에도 입원하기를 고사하다가 21일 오후에서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정 추기경은 힙겹지만 천천히 분명하게 말했다고 허 신부는 전했다. 정 추기경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데 빨리 그 고통을 벗어나도록 기도하자"면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추기경은 또 "자신의 부족함으로 알게 모르게 상처 받은 이들에게 부디 용서해주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정 추기경에게 병자성사를 진행했다. 병자성사는 천주교에서 병자나 죽을 위험에 있는 신자가 받는 의식으로 병고가 줄어들도록 환자를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는 성사다. 사제가 전례서에 규정된 기도문을 외우면서 병자 성유를 바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의식 끝에 정 추기경은 기도를 마치고 "아멘!"이라고 답하며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고 허 신부는 전했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 되는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다면서 2018년 9월 27일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서명했다"면서 "만약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이 효과가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줄 것을 연명계획서에 직접 청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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