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입원인 '운임' 감소에 부대 수익 창출 나서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개찰구 앞 지하 상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던 99㎡ 크기의 주인 없는 점포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대형 철제 보관함을 설치해 만든 ‘개인형 창고’(또타스토리지) 점포다. 기존 옷 가게가 계약기간 만료로 2019년 12월부터 약 1년간 공실이던 곳. 이곳에 설치된 21개 창고는 모두 '사용 중'이다.
이용자도 다양하다. 살림하는 주부는 안 쓰는, 부피 큰 집안 물건을 보관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온라인 의류쇼핑몰을 하는 사장님은 물품 창고로 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또타스토리지’가 문을 연 뒤 모든 보관함이 주인을 찾았다”며 “지금은 시민들로부터 추가 설치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공실 상가를 시민들에게 개인 창고로 장기 대여해주는 ‘또타스토리지’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개인형 창고 ‘또타스토리지’는 지난해 11월 답십리역(5호선) 이수역(4·7호선) 가락시장역(3·8호선) 3곳에서 처음 선보였다. 창고는 0.3평 크기인 캐비넷형(가로 1m 세로 1m 높이 2m, 월 7만9,000원)과 0.5평인 룸형(가로 1m 세로 1.5m 높이 2m, 월 13만1,000원) 2가지다. 전용 앱(또타락커) 통해 짧게는 1개월에서 최장 1년 단위로 결제해 사용하는 100% 비대면 무인시스템이다. 3개역에 설치된 창고는 모두 50개.
서울교통공사ENG 물류운영단 공대영 주임은 “이용기간이 끝나면 연장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바로 계약해 하루도 비어있는 날이 없다”며 “보관품은 취미용품, 이삿짐, 계절용 의류, 사회인야구단 운동장비, 심지어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제품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보안과 관리도 철저하다. 이용자는 사용자인증을 거쳐 출입허가를 받아 운영 시간(5시~24시)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내부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24시간 감시하고, 담당자가 일주일에 3차례 현장을 방문 점검한다. 온도와 습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교통공사가 '개인형 창고'라는 신사업에 주목한 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적자와도 무관치 않다.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코로나19로 이용객이 급감한 지난해 1조954억원(예상치)을 기록, 전년(5,865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는 추세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가 공실율도 2019년 11.2%에서 지난해 26.4%로 급증했다. 부대사업 중 가장 큰 비중(60~70%)을 차지하는 상가 임대 수익도 같은 기간 892억원에서 731억원으로 줄었다. 주수입원인 운임이 쪼그라들자 상가 등을 활용한 수익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공사는 올해 6호선 불광·광흥창·창신역, 5호선 신정역, 7호선 신풍·중계·태릉입구·반포역 등 50개역으로 또타스토리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상가 임대료도 재조정하고, 약국·의원 등을 유치하거나 스터디카페 등 새로운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부대사업 확대로는 적자 구조 탈피에 한계가 있다”며 “자구 노력도 기울이겠지만, 가장 큰 손실인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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