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유세장 방불케 했던 '윤석열 대구 방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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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유세장 방불케 했던 '윤석열 대구 방문 현장'

입력
2021.03.03 19:00
수정
2021.03.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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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자들 몰려들어 연신 "윤석열 힘내라" 외쳐
권영진 대구시장과 청사 주차장서 악수 나누기도
尹 반대 시민들은 "검찰개혁 방해 중단하라" 맞불
간담회서도 "수사권 박탈은 검찰 폐지" 강성 발언

윤석열(앞줄 왼쪽 두 번째)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앞줄 맨 왼쪽 뒷모습 보이는 이)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석열 총장님 만세!” “공무원이 정치한다!”

3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대구고ㆍ지검 청사 앞. 윤석열 검찰총장이 찾은 이곳은 마치 정치인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윤 총장 지지자들은 그의 동선을 따라가며 응원의 환호성을 쏟아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만세!”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반면, 검찰 개혁을 지지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은 윤 총장을 큰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날 오전부터 대구고ㆍ지검 청사 인근에는 윤 총장을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윤석열 총장님의 대구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국민의 호프(희망) 총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문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주변에 설치됐던 ‘응원 화환’도 대거 등장했다.

오후 1시58분쯤, 관용차를 타고 도착한 윤 총장이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눈 인물은 권영진 대구시장이었다. 권 시장은 이날 오전 대검 측에 윤 총장을 맞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주차장에 들어선 윤 총장이 차량에서 내리자, 권 시장은 꽃다발을 건네며 “헌법 가치 수호하는 총장의 행보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권 시장과 악수를 한 뒤,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하지만 지지자들이 차량을 에워싸는 바람에 곧바로 이동하진 못 했다. 일부는 윤 총장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총장님 힘내세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님 만세’라는 문구가 기재된 손팻말을 들고 차량을 막아선 뒤 “총장님! 총장님!”을 연발하는 극성 지지자들도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가운데, 윤 총장 지지자와 반대 시민들이 대구지검에 몰려와 있다. 대구=연합뉴스

곧이어 청사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차량에서 내린 윤 총장을 향해 지지자들이 달려들자, 미리 설치해 둔 포토라인은 금세 무너졌다. 윤 총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됐지만, 목청껏 “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을 외치는 함성에 그의 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 행보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수사권 기소권 완전 분리, 윤석열은 검찰개혁 방해 중단하라” “박근혜 감방 보낸 윤석열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을 놨다. 양측 간 시비가 붙으면서 일순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까지 했다.

당초 기자들이 준비했던 질문은 10개였다. 그러나 윤 총장은 초반 2개의 물음에만 상세히 답했을 뿐, 나머지 질문들에는 사실상 제대로 된 대답 없이 서둘러 청사로 들어갔다. 이후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그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이 논의되는데, 이는 검찰의 폐지와 다름없고 검찰을 국가법무공단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여권을 겨냥한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대검은 “참석자들도 ‘갑자기 이런 법안이 추진되는 속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등 우려와 좌절의 심정을 표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윤 총장의 대구 방문은 검찰총장의 통상적인 지방 순회 일정이었으나, 실제 현장은 정치의 한복판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었던 셈이다.

대구=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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