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야당의 엄호가 시작됐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한목소리를 낸 이후 잠잠했던 윤 총장과 야당의 '원팀' 기조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야당에서는 이번 윤 총장 발언이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수청 설치 등 검찰개혁에 반대한 윤 총장 논리에 국민의힘은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력이 중수청을 만들겠다고 작심하고 도발하는데 말 안하는 게 오히려 검찰총장의 직무유기"라며 윤 총장을 두둔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윤 총장에게 '정치적 행보를 자중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선 "뭐 때문에 저렇게 되지도 않은 말씀을 (정 총리가)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누구나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우리나라 수사 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 훼손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옹색하기 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정권 비리를 중수청을 통해 치외법권으로 만드는 시도는 민주주의 퇴보와 법치 말살이 맞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이번 발언이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윤 총장 발언은)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 표현이 아닌가"라며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권력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아마 (윤 총장) 사퇴 시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총장직에서 물러나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를 단행하며 '추-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윤석열 대망론'에 들썩였다. 윤 총장이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정권교체를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후 '추-윤 갈등'이 잠잠해지고 윤 총장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과 윤 총장 간 '공조 무드'도 시들해졌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 갈등은 양상이 좀 다르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국민의힘 내부에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윤 총장의 발언 수위가 상당이 세지만, 민주당이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윤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우리 당에서도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