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거인과 소인…키 차이만 45㎝
뮬리치 "첫 해외무대, 적응은 나의 몫"
에디뉴 "키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역대 최장신, 최단신 선수가 2021 시즌 개막과 함께 'K리그 여행기' 써내려 간다. K리그1(1부리그) 성남의 203㎝ 장신 스트라이커 페이살 뮬리치(27ㆍ세르비아), K리그2(2부리그) 대전의 158㎝ 단신 공격수 에디뉴(27ㆍ브라질) 얘기다. 다른 종목과 달리 선수의 키가 너무 커도 문제, 작아도 문제로 여겨지는 프로축구 세계에서 '크고 작은 것은 비교의 문제'임을 깨닫게 하는 영국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교훈을 몸소 보여줄지 주목된다.
국적, 소속팀, 리그가 다른 두 동갑내기 외국인 선수가 함께 주목 받는 건 역대 K리그에서 가장 큰 키와 가장 작은 키를 갖췄기 때문이다. 뮬리치는 과거 수원FC에서 뛰던 202㎝의 보그단(34ㆍ몬테네그로)보다 1㎝ 크고, 에디뉴는 종전 최단신(160㎝)이던 김현욱(26ㆍ전남)과 대구FC에서 뛰었던 브라질 용병 레오(38)보다 2㎝ 작다. 뮬리치와 에디뉴의 키 차이는 무려 45㎝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번 시즌은 1982년 K리그 출범 이후 최장신과 최단신의 차가 가장 큰 시즌이 됐다.
키뿐만 아니다. 두 선수는 개막전에서 소속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골 폭격을 예고했다. 2020 시즌 막판까지 강등 위기에 놓였던 성남, K리그1 승격 가능성을 일찍 접은 대전 팬들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뮬리치는 1일 제주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명단에선 빠졌지만, 교체 시점으론 꽤나 이른 전반 30분에 투입돼 홀로 5차례 슈팅(유효슈팅 2회)을 기록하며 상대 골 문을 위협했다.
정교함은 조금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김남일 성남 감독으로선 지난해 충분히 재미를 보지 못한 공중 볼 다툼에서의 우위를 그려볼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뮬리치가 K리그 무대에 조금 더 적응한다면 해결사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게 김 감독 생각이다.
뮬리치보다 하루 먼저 개막전을 치른 에디뉴는 부천과 원정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이민성(48) 신임 감독에게 K리그 사령탑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후반 43분 신상은(22)이 페널티 아크에서 시도한 슛이 수비수를 맞고 전방으로 흐르자 쏜살같이 달려들어 오른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지난해 7월 대전에 임대 이적한 에디뉴는, 입단 초반 득점을 올리는 데 애를 먹었지만, 마지막 4경기에서 무려 5골을 몰아 넣으며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기도 했다.
비록 K리그 무대에서 당장 부딪칠 일은 없지만, 두 선수는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신체조건을 활용해 많은 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뮬리치는 “(같은 몬테네그로 출신의)무고사(29)를 통해 K리그가 상당히 빠르고 힘이 있는 리그라고 들었다”며 “성남에서 영입 제안이 왔을 때 팀에 대해 찾아봤는데 팀의 스타일, 역사 등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유럽 바깥의 무대에 처음 선 그는 “분명 첫 번째 리그 도전이기 때문에 리그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나는 프로이기 때문에 적응 문제는 항상 내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어야 하고 볼을 소유해야 한다”며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키와 빠른 스피드를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에디뉴도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단 각오다. 그는 “’키가 작아서 안 된다’고 무시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지만, 남들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면 분명히 본인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힘 줘 말하면서 “키가 작은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은 우승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팀”이라면서 “이번 시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조기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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