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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전업 도슨트 김찬용 "미술 전시, 자기 관점에서 보고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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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전업 도슨트 김찬용 "미술 전시, 자기 관점에서 보고 즐기길"

입력
2021.03.03 16:30
수정
2021.03.05 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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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입문서 낸 대한민국 첫 전업 도슨트 김찬용씨

첫 책으로 미술 교양서를 낸 대한민국 1호 전시 해설가 김찬용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첫 책으로 미술 교양서를 낸 대한민국 1호 전시 해설가 김찬용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작업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지만 말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첫 전업 도슨트(전시 해설가)인 김찬용(37)씨를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소재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월 ‘미알못(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미술 애호가를 위한 미술 교양서를 낸 터였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단순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대표작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고, 감동을 느끼지 못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영국 유명 작가 뱅크시가 10억원 이상에 거래되던 자신의 작품을 할아버지 한 명을 고용해 노점에서 60달러(약 7만원)에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미술품을 볼 때 단순히 시각 경험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일화죠. 전문가가 좋다는 그림을 바이블로 생각하지 않았음 해요. 전문가의 말을 참고하되, 자신의 관점으로 그림을 보고 즐기는 게 의미 있다고 봐요.”

책에서 그는 도슨트로서의 역량을 한껏 발휘했다. 구어체로 쓰인 책은 술술 읽힌다. 전시장에서 그의 해설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김씨는 “현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쓰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있었는데 유효했던 것 같다. 대중들이 읽기에 편안한 지점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답했다.

미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그의 제안이 솔깃한 또 다른 이유는,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이 진심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도슨트가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10여년 전 그는 오직 전시 해설로만 돈을 벌겠다며 ‘전업 전시 해설가’를 천명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벌이가 시원찮았던 미술계였지만 미술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그냥 행복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도슨트는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했다. “2011년 ‘이걸로만 먹고산다. 도슨트 외 일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했어요.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화가로선 가능성이 없어 보였죠. 돌아오지 않기 위해 그렸던 그림도 그때 다 부셔버렸어요."

스타 도슨트로 우뚝 선 지금 그는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으려 애쓴다. 도슨트는 전시에 도움을 주는 인물이어야지, 그 중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슨트계의 아이돌', '전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은 수식어가 부담스럽다”며 “도슨트는 최대한 튀지 않고 음성으로만 존재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해설을 할 때 ‘올 블랙’을 고수하는 것도 이 같은 철학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으로, 대중적으로는 상대의 관점을 열어주는 좋은 전달자로 남고 싶단다. 구설에 오른 ‘셀럽 강연자’들이 잇달아 자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그의 바람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전문가가 아닌 깊은 애호가의 시선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싶어요.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대중에게 다가가려 예술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해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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