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은 '세계 희소 질환의 날'
국내 희소 질환 환자 80만명 정도 추산
매년 2월 마지막 날은 ‘세계 희소 질환의 날(Rare Disease Day)'이다(보통 ‘희귀 질환’이라고 부르지만 값비싼 보석처럼 아주 드물고 귀할 때 쓰이는 말이고, 드물게 걸리는 질환은 ‘희소 질환’이라고 해야 맞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 질환이 조기에 발견돼 정확한 병명으로 진단받을 수 있도록 질환을 홍보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 등이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 질환의 기준은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환자 수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소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희소 질환은 특성상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환자 수가 적지만, 종류는 수천 가지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희소 난치 질환 환자는 8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희소 질환의 80% 이상이 유전·선천적 질환이며 어릴 때 주로 발병한다. 이런 희소 유전 질환은 매우 드물거나 진단이 어렵다. 현재까지 밝혀진 종류만 6,000여종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희소 질환자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6.4%가 최종 진단까지 4개 이상의 병원을 방문하는 등 ‘진단 방황’을 경험했다.
확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황하는 대표적인 희소 질환으로 ATTR-CM(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이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ATTR-CM은 혈액 내에서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운반 단백질이 불안정해지며 심장 및 다양한 장기에 쌓이는 치명적인 희소 질환이다.
살면서 누구라도 한 번쯤 겪을 법한 부종ㆍ호흡곤란ㆍ피로ㆍ가슴 통증 등이 ATTR-CM의 주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희소 질환이라고 인지하기 어렵고 오진하기도 쉬워 확진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희소 질환자들이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6.1%로 나타났다. 희소 질환자 10명 중 절반(45% 정도)은 증상에서 진단까지 1,000만원 이상 의료비를 지출했다.
이렇듯 많은 시간과 돈을 지불해 병명을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희소 질환 환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치료법이 있는 희소 질환은 5~10%에 불과하고 치료제가 개발됐어도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가 매우 어렵다. 희소 질환 치료제는 비용 효과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보험 급여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ATTR-CM 환자도 치료제가 나왔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ATTR-CM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 치료제가 허가 받기 전에는 증상을 관리하며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심장이나 간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현재 ATTR-CM 환자들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없다.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동주 대한심부전학회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ATTR-CM은 심부전 등 다른 심장병으로 오인하기 쉽고 조기 진단이 어렵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평균 기대 수명이 3년 정도에 불과한 희소 질환”이라며 “이처럼 시급성을 고려해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책을 논의할 시기”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