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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진영을 뛰어넘으니 문제가 풀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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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진영을 뛰어넘으니 문제가 풀리더라"

입력
2021.03.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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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김세연, 우석훈이 펴낸 '리셋 대한민국'

'리셋 대한민국' 저자 우석훈(왼쪽부터) 교수, 박용진 의원, 김세연 전 의원. 진보와 보수, 이념도 철학도 다른 세 사람이지만,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해보고자 의기투합했다. 오픈하우스 제공

'리셋 대한민국' 저자 우석훈(왼쪽부터) 교수, 박용진 의원, 김세연 전 의원. 진보와 보수, 이념도 철학도 다른 세 사람이지만,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해보고자 의기투합했다. 오픈하우스 제공

정치인 책은 뻔하다. 본인이 살아온 경력 혹은 정책 비전을 정리해,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식이다. 자기 진영을 향한 구애적 성격이 강하다.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오픈하우스)은 그 뻔한 진영논리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진보와 보수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49)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여기에 ‘88만원 세대’ 저자이자 경제학자 우석훈(53) 성결대 교수까지 신선한 조합이 뭉쳤다. 세 사람은 1박 2일 합숙을 포함해, 닷새 간 밤낮으로 끝장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 한국 사회 세대 교체, 부동산, 최저임금, 연금개혁, 탈원전 등 첨예한 현안이 줄줄이 튀어나왔지만 세 사람은 “대화를 해보니 결국 안 풀릴 건 없더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서로 마주 앉으니 정책의 교집합이 윤곽을 드러냈다.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다는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 사람 모두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문재인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았다.

김 전 의원은 “정부 정책과 집행방식이 너무나 거칠어, 결국 악순환에 빠졌다”고 진단했고, 박 의원 역시 “좋은 집에서 살려는 인간의 충동을 무시한 채, 시장을 지나치게 적대시 하는 게 문제”라고 거들었다.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첫 단추를 꿴 게 실수”였다며 강남 이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방식인 분양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세 사람의 결론은 “정부는 임대주택 등 사회적 주택에 집중하고 민간에 수요와 공급을 맡기자”는 것.

정치권의 586 세대교체 필요성에도 세 사람은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30대와 20대에게로 넘겨줘야 한다.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은 30대에서 벌써 대기업 임원이 나오는 데, 정치권만 가장 변화가 느리다”(김 전 의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게 거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각성을 정치권이 가져주길 바란다.”(우 교수), “한국전쟁의 과거와 민주화 투쟁의 추억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젊은 세대는 미래를 열어가도록 길을 닦아줘야 한다.”(박 의원) 정책이고, 사람이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이제 새 판을 짜야 할 때라는 거다.

'극단의 시대, 이념의 경계를 넘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확인.' 세 사람이 강조한 이번 대답집의 가장 큰 성과다. 치열한 논쟁을 이어다가 보니 일종의 전우애마저 생겼다는 우 교수는 “제가 알기론 좌우가 같이 앉아서 정책 이야기를 마주한 건 꽤 오랜 기간 없었다”며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고 어떤 논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대담집에 의미를 부여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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