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김세연, 우석훈이 펴낸 '리셋 대한민국'
정치인 책은 뻔하다. 본인이 살아온 경력 혹은 정책 비전을 정리해, 선거를 앞두고 내놓는 식이다. 자기 진영을 향한 구애적 성격이 강하다.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오픈하우스)은 그 뻔한 진영논리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진보와 보수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는 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49)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여기에 ‘88만원 세대’ 저자이자 경제학자 우석훈(53) 성결대 교수까지 신선한 조합이 뭉쳤다. 세 사람은 1박 2일 합숙을 포함해, 닷새 간 밤낮으로 끝장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 한국 사회 세대 교체, 부동산, 최저임금, 연금개혁, 탈원전 등 첨예한 현안이 줄줄이 튀어나왔지만 세 사람은 “대화를 해보니 결국 안 풀릴 건 없더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다.
서로 마주 앉으니 정책의 교집합이 윤곽을 드러냈다.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다는 대한민국의 최대 난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 사람 모두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문재인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았다.
김 전 의원은 “정부 정책과 집행방식이 너무나 거칠어, 결국 악순환에 빠졌다”고 진단했고, 박 의원 역시 “좋은 집에서 살려는 인간의 충동을 무시한 채, 시장을 지나치게 적대시 하는 게 문제”라고 거들었다.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첫 단추를 꿴 게 실수”였다며 강남 이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주택 공급 방식인 분양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세 사람의 결론은 “정부는 임대주택 등 사회적 주택에 집중하고 민간에 수요와 공급을 맡기자”는 것.
정치권의 586 세대교체 필요성에도 세 사람은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30대와 20대에게로 넘겨줘야 한다.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은 30대에서 벌써 대기업 임원이 나오는 데, 정치권만 가장 변화가 느리다”(김 전 의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게 거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각성을 정치권이 가져주길 바란다.”(우 교수), “한국전쟁의 과거와 민주화 투쟁의 추억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젊은 세대는 미래를 열어가도록 길을 닦아줘야 한다.”(박 의원) 정책이고, 사람이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이제 새 판을 짜야 할 때라는 거다.
'극단의 시대, 이념의 경계를 넘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확인.' 세 사람이 강조한 이번 대답집의 가장 큰 성과다. 치열한 논쟁을 이어다가 보니 일종의 전우애마저 생겼다는 우 교수는 “제가 알기론 좌우가 같이 앉아서 정책 이야기를 마주한 건 꽤 오랜 기간 없었다”며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고 어떤 논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대담집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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