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지난해 한 건설사에게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달라고 한 뒤 이를 국토교통부 지원 공모사업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거액의 연구용역비를 업자에게 떠넘긴 것이어서 대가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4월 광산구 지죽동 평동준공업지역(139만5,553㎡)에 주거·상업·문화·관광이 결합한 한류문화복합단지를 만들겠다며 국토부에 76쪽짜리 투자선도지구 지정 계획안을 제출했다.
책자 형태의 이 계획안은 입지 여건 분석, 개발 콘셉트, 타당성 조사 결과, 한류복합문화시설 운영 계획 등이 담겼다. 그러나 시가 예산을 들여 제작했어야 할 사업계획서는 민간 건설사가 시의 요청을 받고 무료로 만들어 준 것이다. 시 관계자는 "사전에 용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서 모 건설사에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라며 "이 건설사는 평소 거래하던 용역업체에 용역을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도 "국토부 공모 때 한류문화복합단지와 관련해 (사업 참여) 의향이 있는 쪽에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학술용역업계에서는 광주시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도시계획 용역업계 관계자는 "시가 직접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면 최소 1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시는 당시 사업 참여 의향서를 낸 건설사 3곳 등과 민관합동법인을 꾸려 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민간사업자가 지역전략산업시설(한류문화)을 기부채납하고, 그 대신 시는 사업부지 면적의 50%가량을 주거·상업용지로 개발하도록 해 아파트 신축 등을 통해 시설 기부채납 등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국토부 공모에서 최종 탈락했다.
문제는 국토부 공모에서 떨어진 시가 사실상 같은 내용의 사업을 자체 개발사업으로 돌리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는 국토부 공모 탈락 3개월 뒤인 작년 10월, 평동준공업지역을 직접 개발키로 하고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는데, 해당 사업에 단독 신청한 컨소시엄에 국토부 공모 때 사업계획서를 써준 건설사가 포함됐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 컨소시엄이 광주시가 요구한 지역전략산업으로 (한류)문화콘텐츠산업 거점 조성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가 직접 추진하는 이 사업의 핵심 내용과 사업 구조, 시행 방식 등도 이 건설사가 국토부 공모 당시 써준 사업계획서와 매우 흡사하다. 3일 평가위원회 계획서 평가를 앞두고 업계에서 시와 해당 건설사 간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시가 국토부 공모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이 건설사의 도움을 받았던 터라,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국토부 공모 당시 외부 도움(사업계획서 작성)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어떤 대가를 약속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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