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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렌터카' 10대, 뺑소니 사고 후 또 운전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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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렌터카' 10대, 뺑소니 사고 후 또 운전대 잡았다

입력
2021.03.01 12:00
12면
0 0

성인 명의 도용 SNS로 카셰어링
20대 무용 꿈나무 과속에 스러져
횡단보도 보행자100㎞ 이상 '꽝'
가해자·동승자… 징역 7년·2년 6월
"도로 흉기 10대 차량 이용 차단을"
사고 후에도 "숨을 곳 가자" 도주

지난해 10월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망 사고가 일어난 전남 화순군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길을 건너고 있다. 화순=고영권 기자

지난해 10월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망 사고가 일어난 전남 화순군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길을 건너고 있다. 화순=고영권 기자

성인 명의를 도용해 빌린 렌터카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난 10대 청소년들에게 최근 중형이 선고됐다. 가해자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몰았던 차량은 '도로 위 흉기'였고, 추석을 맞아 고향집을 찾았던 피해자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일당 중 한 명은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모(18)군에게 장기 7년에 단기 5년을 선고했다. 불법 대여한 렌터카를 김군에게 넘겨주고 운전을 시킨 정모(18)군도 유기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장기 2년 6월에 단기 1년 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끔찍한 사고는 추석 당일인 지난해 10월 1일 오후 11시 40분쯤 발생했다. 김군은 렌터카에 정군 등 친구 4명을 태우고 달리다가, 전남 화순군의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안예진(21·여)씨를 치고 도주했다. 시속 30㎞ 제한속도 구간이었지만, 김군은 시속 100㎞ 이상으로 질주하다가 사고를 냈다.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안예진씨는 전남 화순군의 납골당에 잠들어 있다. 안씨의 막내 삼촌이 지난해 10월 23일 이곳을 찾아 예진씨의 납골함을 바라보고 있다. 화순=고영권 기자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안예진씨는 전남 화순군의 납골당에 잠들어 있다. 안씨의 막내 삼촌이 지난해 10월 23일 이곳을 찾아 예진씨의 납골함을 바라보고 있다. 화순=고영권 기자

이들은 무면허 운전도 모자라 뺑소니까지 했다. 사고 직후, 정군은 “(피해자가) 잠깐 기절한 것일 수 있다. 숨을 곳을 알아봐 줄 테니 일단 가자”고 김군을 종용했다.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겠다며 상경했다가 추석에 잠시 집에 들른 스물한 살 예진씨의 꿈은 그렇게 멈췄다.

이들의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비대면’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의 허점 때문이었다. 정군은 당일 오전 2시쯤 브로커 A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돈을 주고 30대 남성 명의의 계정을 받아, K5 차량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군은 이후 자신이 몰고 간 차량을 김군 손에 맡기며 "차 좋다. 운전 한번 해봐"라며 무면허 운전을 시켰다. 경찰은 브로커 A씨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뺑소니 차량에 탑승했던 정군이 사고 발생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10월 28일 반성의 기미도 없이 또다시 무면허로 아우디 A7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정군은 무면허 운전 및 도주치상 비행을 저지른 적이 여러 차례 있다"면서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또 무면허 운전을 해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5년간(2015년~2019년) 렌터카 무면허 교통사고 발생 현황자료 : 도로교통공단 (단위:건)


2015 2016 2017 2018 2019 합계 증감률
전체 274 237 353 366 375 1,605 8.2%
18세 이하 55 76 104 80 90 405 13.1%

통계상으로도 ‘무면허 10대 렌터카’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10대 무면허 렌터카 교통사고는 405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망자 8명과 부상자 722명이 나왔다. 이 기간 사건도 매년 13%씩 증가해, 최근엔 한 해 100건 가까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셰어링 서비스 확대 등으로 청소년이 차량에 접근할 기회는 대폭 늘어났지만, 그에 비해 안전을 위한 재투자와 정책적 보완은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카셰어링 등 플랫폼 변화로 자극 추구 성향이 있는 청소년들이 더욱 수월하게 범행을 저지를 환경이 조성된 만큼, 사용자 인증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안전관리처장은 "비대면 서비스의 특성상 운전자의 면허 확인 절차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카셰어링 업체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안전에 재투자하는데 소극적인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화상통화나 지문·홍채 등 생체인식시스템을 도입해 차량 대여자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고, 학교 등에서 무면허 운전의 위험성을 교육해 청소년들의 인식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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