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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관계도 내로남불

입력
2021.02.26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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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관련 법안을 발의해 상반기에 법 통과를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당초 민주당은 당청 간 이견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속도 조절'이란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언론의 오보로 몰았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전한,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 안착이 중요하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주문은 누가 봐도 속도 조절 취지다. 결국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속도 조절의 의미로 당부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견이 노출된 후에 민주당은 ‘건강한 이견’이라며 프레임을 바꿨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통령이 한 말씀 하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되어야 한다는 건 과거 권위적인 정치에서나 있었던 일이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언론이나 보수야당이 ‘여당이 청와대 입장을 지지하면 허수아비 여당, 이견을 보이면 반기를 든다’는 식으로 공격한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일단 사실을 부인하다가 사실이 드러나면 그게 왜 문제냐며 언론 탓으로 돌리는 대응이 다시 나온 것이다.

□당청 간 이견이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건강한 토론으로 이견을 조율해 나가는 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바람직한 당청 관계다. 문제는 그동안 청와대 입장에 이견을 내는 민주당 의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도리어 소수 의견을 냈던 금태섭 전 의원이나 조응천 의원에겐 ‘내부 총질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이 대통령 임기 말이 돼서야 ‘건강한 이견’을 말하는 것은 낯뜨겁다. 대통령 임기 말에 당이 목소리를 키우며 주도권을 갖는 것은 한국 정치의 전형적인 과정이다. 대통령 레임덕 현상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다. 그나저나 당청 관계에서도 내가 하면 ‘건강한 이견’, 남이 하면 ‘내부 총질러’라니, 쓴웃음만 나온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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