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틀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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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틀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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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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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연이은 가격 폭등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 수준을 오르내리며 단숨에 세계 8위 자산으로 급부상했다. 실체도 없고 변동성도 높아 일부 개인투자자의 투기성 자산으로 치부되던 비트코인이 어느새 테슬라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의 시총을 넘어, 세계 6위 자산인 은(시총 1조5,000억달러)의 지위를 넘보는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특히, 최근 몇달 간의 과도한 상승세는 개인뿐 아니라 기관과 기업의 참여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폭락 사태로 마감한 3년 전의 투기 광풍과는 다소 모양새가 다르다. 테슬라를 비롯한 테크 기업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늘고 있으며 페이팔, 마스터카드, 블랙록, 뉴욕멜론은행 등 금융권도 민간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FT)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계속되는 거품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점차 주류권으로 편입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명목화폐에 대한 불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다. 즉,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추진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비롯한 법정통화의 가치와 중요성이 하락하면서, 급증하는 부채와 물가상승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달러 약세 및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자금이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을 쫓아 부동산과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 시장의 이상 과열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 은과 같이 '한정된 자원'이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기반이 되는 '탈중앙화 자산'이라는 점도 블록체인 기술에 친화적인 테크 기업과 젊은 세대를 끌어당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가 실물 명목화폐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화된 수단이자, 더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젊은층의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를 계기로 중앙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탈중앙성'과 '분산금융'을 기치로 하는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트위터 해시태그 릴레이가 확산되는 등 대중적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저항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도 이러한 비트코인 지지에 동참했으며, "화성 경제는 암호화폐가 주도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기존 통화금융제도가 우주시대를 바라보는 미래 변화에 취약함을 꼬집기도 했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위기를 느낀 각국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는 한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를 전자적 형태로 바꿔 법정통화의 안정성에 암호화폐의 기술적 장점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66개 중앙은행의 86%가 CBDC를 개발 중이며, 한국은행 역시 연내 파일럿 테스트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비트코인이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국은행 총재나 "비트코인은 극히 비효율적이고 투기적"이라며 날을 세우는 미 재무장관 등 각국의 금융 수장들이 여전히 기존 통화체제의 한계점과 신뢰 하락을 통감하지 못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문제의 핵심은 법정통화의 형태가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 회복'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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