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넘게 성과급·인사제도 관련 소통
"전통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
"MZ세대에 맞는 새 기업문화 도입 필요"
"사장님, 스톡옵션 외에 다른 보상체계를 고민하는 것이 있습니까?"
"창업자가 답하라"는 이른바 'MZ 세대(1980년대생 밀레니얼, 2000년대생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젊은 직원들의 외침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5일 각각 연단에 섰다. 재계에선 신세대로 통하는 두 'IT 총수'는 최근 사내에서 논란이 일었던 성과급과 인사평가 문제를 두고 직원들과 2시간 넘게 열띤 대화를 나눴다.
업계 최고 보상 약속한 네이버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오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대표가 참석하는 사내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3,000명 넘는 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지급된 성과급 기준에 대한 질의가 연이어 나왔다.
네이버 직원들은 지난해 회사가 전년 대비 매출 21.8%, 영업이익 5.2% 증가라는 호실적에도 전년과 비슷한 성과급에 그쳤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 와중에 경쟁 업체들이 잇따라 연봉과 성과급을 인상하면서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이해진 GIO가 직접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네이버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보상 철학을 설명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이 곧장 매출로 가시화되지 않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보상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며 "차별화된 복지 제도를 고민하고 있으며,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 되고자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해진 GIO는 "올해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열심히 고생해준 직원들과 처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성과를 나누게 된 점"이라며 네이버만의 '전 직원 스톡옵션' 제도를 강조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매년 전 직원에 1,000만원 규모(77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는데, 27일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그 사이 네이버가 성장한 만큼 주가도 크게 올라 직원당 약 1,9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김범수의 반성 "사내 문화 경고등 켜진 것"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같은 시간 직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최근 논란이 된 인사평가 제도에 대해 언급했다.
당초 이 자리는 김 의장의 재산 사회 환원 발표 이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유서 형식으로 불합리한 회사 인사평가 제도를 꼬집으면서 논란이 확산된 만큼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동료 평가 항목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가 있으며, 이 응답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김 의장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배려에 대해 카카오 내에선 절대로 누군가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이번 이슈는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산 기부와 관련해 김 의장은 "롤모델은 빌 게이츠로, '기업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다"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몇 가지 사회 문제라도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다음 달 별도로 간담회를 열어 인사평가 제도 관련 임직원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MZ세대의 반란… "새 기업 문화 필요"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MZ세대의 반란'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MZ세대는 회사와 나를 일치시키는 소속감이 적고, 현재 다니는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반면 내가 거둔 성과를 온전하게 평가받고 싶은 욕망이 크다. 이에 회사의 부당한 지시나 제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능력껏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도 한다. MZ세대가 점점 회사의 주류가 되고 있는 만큼 기업도 이에 발맞춰 과거와 다른 제도와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기업에서는 연봉협상하듯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지만 이제는 체계를 바꿔야 할 때"라며 "개인별로 공정하게 성과를 측정하는 등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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