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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야권 단일화

입력
2021.02.2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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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왼쪽)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8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당시 박원순(왼쪽)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어이없는 궐위로 인한 상처가 깊은 데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 대선을 일 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라는 시기의 미묘함이 겹쳐 여와 야 모두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는 듯하다. 특히 2016년 이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번번이 패해 승리에 목말라 있는 야당은 어떻게든 정권 교체의 초석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자연히 세간의 관심은 야권 단일화에 쏠릴 수밖에 없다. 단일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야권 지지 표심의 결집력이 달라지고 나아가 전체 선거 구도도 출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야권 단일화는 현대 정치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주제다. 1997년 대선에선 DJ가 JP와의 단일화를 성사시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2012년 대선에선 가장 유력한 두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과 안철수가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산술적으로 유력한 두 야권 후보가 힘을 합하면 여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것 같지만 반드시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양측이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의 전 과정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양측이 욕심을 내며 파열음을 내면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하고 대의에 공감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과정을 얼마나 매끄럽게 보여주었는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본선 후보를 위해 진심을 담아 열의를 다해 선거 운동을 지원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는 누구보다 유권자들이 잘 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가 마지못해 문재인을 돕는 모습은 단일화의 효과를 반감시켰고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약화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민주당으로 집중되면서 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선거 원인론과 함께 서울시는 10년 가까이 박원순 시장 체제하에 있었고 시의회 구성도 민주당 101명, 국민의힘 6명으로 완전히 일방적으로 기울어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만으로 권력 교체를 염원하는 표심을 결집시킬 수 없다는 점을 선거의 역사가 말해준다. 서울시 권력을 교체하고 나아가 독주에 경종을 울리기 원하는 모든 이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아름다운 단일화, 멋진 단일화가 우선이다.

성공적인 단일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각기의 책임론을 넘어 싸우지 않고 타협과 양보의 결과로서 역할 분담, 공동 운영, 지분 참여도 있다. 문제는 각 후보 주변의 인물들의 기득권과 사욕이 어떻게 작동되느냐와 결국 후보 간의 직접 대화를 통한 (교황 선출 방식으로 될 때까지 문 잠그고, 되면 나오게 하는) 멋진 감동을 정치 역사에 쓸 수 있느냐이다.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갖추어져 있으나 과연 정치 4류 이야기를 듣는 정치 감각으로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대의라는 처칠의 말처럼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시대정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누구의 몫일까? 상찬(賞讚)과 피해는 누구 몫일까? 기대되는 야권 단일화 러브(?)스토리 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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