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로 번진 '마약 메뉴판'… 인터넷 접속 5분 만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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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로 번진 '마약 메뉴판'… 인터넷 접속 5분 만에 떴다

입력
2021.02.25 16:20
수정
2021.05.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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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거래에 손쉬운 유통 탓
잠깐 호기심이 곧장 실구매
10대 사범 급증… 판매책까지

인터넷을 통한 마약 익명 거래가 성행하면서 10대 청소년의 마약 매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입금 확인 후 △△△ 코인 거래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마약 판매업자 A씨는 구매가 처음이라고 말한 본보 기자에게 간단한 거래 절차를 알려줬다. 물건을 미리 정해진 장소에 가져다 놓고('○○○'), 가상화폐 입금 내역이 확인되면('입금 확인 후') 해당 장소의 위치를 즉시 알려주겠다는('△△△') 뜻이었다. 각종 마약 은어와 비트코인 가격이 적힌 메뉴판도 전달됐다. "직거래는 하지 않느냐"고 묻자, A씨는 "무조건 코인(가상화폐)"이라고 답했다. 서로 얼굴도 나이도 모른 채 10분 동안 이뤄진 대화였다.

최근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인터넷을 통한 익명 거래가 지목되고 있다. 손쉬운 유통 방식 탓에, 잠깐의 호기심도 곧장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익명 거래 특성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거래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마약유통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41명으로, 2016년 대비 2.5배 늘었다. 마약 범죄는 과거엔 범죄에 연루됐거나 극단적 비행을 일삼는 소수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10대들이 마약을 접하게 되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인천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인기 힙합 가수가 마약으로 체포됐다는 기사를 보고 호기심을 갖거나, 유학 다녀온 친구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매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판매책과 접촉할 수 있는 경로를 쉽게 알 수 있다. SNS에서 만난 판매업자 B씨는 "어차피 모든 대화가 익명 기반이고 물건도 장소에 던지면 그만"이라며, "상대가 미성년자인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대화하는 동안에도 B씨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매한 고객들 인증 사진이 단체방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가출 후 만난 어른들을 통해 마약에 빠지거나, '고액 알바'라는 꾐에 속아 온라인 거래 판매책으로 활동하는 10대들도 있다. 박진실 마약전문 변호사는 "청소년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한 달에 300만~400만원을 준다고 하면 판매책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판매책이 된 청소년들은 주로 '던지기(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는 일)' 역할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마약 사범이 증가 추세지만, 정작 치료 공간에서 이들을 찾아보긴 어렵다. 국내 최초 마약 재활 공동체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의 신용원 목사는 "온라인 거래 영향으로 마약사범 연령대와 직업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센터에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10대들의 경우 마약 투여 사실을 철저히 숨기다가 형사처벌을 받을 때가 돼서야 절망한 부모와 함께 법률 상담을 구하러 오는 식이다. 박진실 변호사는 "일이 커지기 전까진 본인이 중독 상태라는 걸 자각하는 청소년들이 거의 없다"며 "자기도 모르게 중독에 빠지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어른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수정 안내

언론중재위원회는 마약 및 약물 관련 보도에 대해 '마약 등의 명칭, 사용량, 구입가격, 사용(복용) 방법, 환각적 효능, 구입 경로 등을 상세히 보도하면 안된다'는 심의기준을 두고 필요한 경우 언론사에 시정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사는 마약 명칭과 구입가격이 담긴 시각물을 삭제하고 구입 경로를 상세히 묘사한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앞으로도 마약 및 약물 관련 보도를 할 때 독자에게 마약 사용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습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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