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이후 첫 회장 4연임
유력 후계자들 모두 사법 리스크에 발목
나이 제한으로 회장직 1년만 수행
1년 안에 후계자 찾아야 하는 숙제 떠안아
2012년부터 9년째 하나금융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정태(69) 회장이 사실상 4연임에 성공했다.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이 대부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면서 김 회장이 유일한 후보로 최종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나이 제한으로 향후 1년간만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하면서 하나금융은 향후 1년 안에 새로운 회장 후보를 찾아내야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함 후부회장 사법 리스크에... 김정태 회장 4연임 성공
24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의를 열고 심층 면접을 통해 김 회장을 임기 1년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최종 후보로 뽑힌 김 회장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4연임을 확정짓게 된다. 금융권에서 4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후 김 회장이 처음이다.
윤성복 회추위원장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현 김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은 최종 후보로 지명된 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그룹의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추위는 지난달부터 14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뒤 이달 15일 김 회장과 △함영주(65)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57)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64)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사실 원래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그룹 내 '2인자'인 함 부회장이었다. 2018년 김 회장 3연임 당시 금융당국이 난색을 표한 데다, 이후 김 회장이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함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8년 채용비리로 불구속 기소돼 2년 반째 1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해엔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책 경고 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제한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회장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셈이다.
나이 제한으로 1년만 회장직 수행...후계 구도 여전히 불안
결국 하나금융의 선택은 변화 대신 안정성이었다. 유일한 50대 후보인 박 부행장이나 외부 출신 후보인 박 전 씨티은행장보다는 이미 검증된 경영 능력을 갖춘 김 회장을 택한 것이다. 1952년 2월생으로 올해 만 69세가 된 김 회장은 하나금융 내규상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까지만 회장직을 맡을 수 있어 임기는 1년으로 한정됐다.
당장 1년은 해결했지만, 문제는 김 회장 이후다. 당장 내년부터 그룹을 이끌 새로운 회장 후보를 물색해야 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후계 구도가 부담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올해 내로 함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는 상황이지만, 재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마지막 임기 성패는 후임자 찾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임에 부정적이던 김 회장을 붙잡을 정도로 다른 후보들의 사법 리스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하는 만큼, 하나금융은 올해 내내 후보자 찾기에 몰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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