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모르지만 연금 '언감생심'... 2020년생 지호씨의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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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경쟁 모르지만 연금 '언감생심'... 2020년생 지호씨의 인생은

입력
2021.02.25 04:30
수정
2021.02.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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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대학 미달로 쉽게 '인서울'
30대-싱글 비율 절반 육박
40대-일하는 사람보다 노인이 더 많아 
50대-연금 고갈에 노후 준비 막막


대학 강의실. 게티이미지뱅크/2019-06-17(한국일보)

#2020년은 한국 인구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해 태어난 아이 수는 27만 2,400명인데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을 기록해, 2020년을 기준점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한번 감소세로 꺾인 인구 추세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노인 인구비중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2020년 태어난 신생아의 학업, 노동, 가구 구성 등 앞으로의 삶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는 전혀 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통계청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 자료 등을 참고해 2020년 지방 중소도시에서 태어난 지호(가명)의 삶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겪을 '인구 감소시대'의 변화상을 미리 살펴봤다.

시각물_인구 절벽이 몰고 올 미래… 2020년생 지호의 삶


스무살 지호씨 "입시 경쟁, 그게 뭔가요 ?"

2039년 스무살(만 19세)이 된 지호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게 됐다. 과거에는 집 근처에도 여러 대학이 있었지만 20년쯤 전부터 서서히 미달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큰 대학만 살아남아 차라리 서울로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대학들이 문을 닫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에 가려는 학생 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다.

지방 소도시에 살다 보니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이미 익숙하다. 초등학교 동창은 20명밖에 안 돼 6년 내내 한 반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한 학년에 100명이 안 됐다. 그나마도 학년이 올라가면서 대도시로 떠난 친구가 여럿이다.

지호씨가 태어난 2020년 출생아 수(27만2,400명)는 당시 전국 대학의 입학 정원(약 55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인구 절벽을 직감하고 각 대학들은 지난 20년 간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학생 수는 여전히 대학 입학 정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이 사라지면 수도권 집중과 지방 공동화 현상도 더 가팔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50년 30대 됐지만, 싱글은 '필수'

과거 어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는 30대 초반이면 슬슬 결혼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지호씨는 아직 혼자다. 주위를 둘러보면 또래 중 열에 일곱은 결혼 생각이 없다. 혼자 사는 게 대세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친구는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통계청의 장래가구특별추계를 보면 2047년 기준 가구주가 결혼 한 상태인 가구는 47.8%로 전체의 절반이 안 된다. 전체 가구주의 26.0%는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미혼 상태, 13.8%는 이혼, 12.3%는 사별한 상태다.

특히 30대 초반(30~34세)의 미혼 비중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7년 30대 초반 남성의 78.3%, 여성의 62.5%가 미혼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7년 기준 같은 연령대의 남성 59.8%, 여성 40.9%가 미혼인 것과 비교하면 약 20%포인트 가량 미혼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2047년이면 전체 가구의 37.3%(832만 가구)를 1인가구가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은 가구 유형이 아이가 없거나 독립해 부부만 살고 있는 가구(21.5%·479만4,000가구)다.


게티이미지뱅크


2060년, 일 하는 사람보다 노인이 더 많다

지호씨가 불혹의 나이가 된 2060년에도 40대는 우리 경제의 여전한 허리다. 하지만 이제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너무 많아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일흔이 넘어 은퇴하신 부모님도 다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다치진 않을까 안쓰럽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유소년, 고령인구를 의미하는 총부양비는 2056년 처음으로 100명을 넘을 전망이다. 지호씨가 만 40세가 되는 2060년엔 총부양비가 108.2명으로 2017년(36.7명)의 세배에 달한다. 부양비의 대부분은 노인(91.4명)이다.

5년 뒤인 206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1,857만명)가 생산연령인구(1,850만명)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서는 중위연령이 고령인구 기준에 근접한 62.2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지호씨가 45세인 중년이 됐지만, 나이 기준으로는 중간층에도 끼지못한다는 얘기다. 지호씨가 태어난 2020년 중위연령은 43.7세였다.


노후 관리, 노부부, 노년 경제. 게티이미지뱅크


2070년 50대, 연금은 이미 고갈된지 오래다

과거에는 길어야 10년 앞으로 다가온 은퇴 고민이 깊었을 시기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최소 20년은 더 일을 해야 수입이 끊기지 않는다.

이미 15년 전 적립금이 고갈돼 정부 재정으로 겨우 지급되는 국민연금을 과연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위 동료들은 지금부터라도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국민연금은 2039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호씨가 만 50살이 되는 2070년이면 기금 수입은 64조원에 불과하지만 지급해야 할 연금은 244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4.9% 규모인 180조원을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정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정년을 연장·폐지하거나 은퇴자를 재고용 하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현재 60세인 정년연장을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50년 뒤에는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계속 일을 하려 하는 고령층, 생산인구 숫자를 유지해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정년 연장이나 폐지가 현실화 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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