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사직인사 글 남겨
윤석열 징계 국면 때 사의... 26일 공식 퇴임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 국면에서 사의를 표했던 김욱준(49ㆍ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검찰개혁은 특정집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이뤄졌으면 한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의 추진 방식 및 방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차장검사는 지난 22일 오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퇴임 인사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선임 차장검사로 ‘넘버 2’ 역할을 수행하던 김 차장검사는 최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표가 수리됐다. 이에 따라 의원면직된 그는 오는 26일 검찰을 떠날 예정이다.
김 차장검사는 해당 글에서 “전 ‘다시 태어나도 검사 할 거냐’라는 질문에 항상 1초 안에 ‘네’라고 대답했다. 지금 이 순간도 1초 안에 ‘네’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그만큼 검찰은 제 가슴을 뛰게 했던 곳이고, 제 인생의 황금기를 모두 쏟아부었던 곳”이라며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의를 수호하는 역할이 좋아서 검사가 됐다. 그 역할을 하려면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검사 생활 내내 정치적 중립성과 검사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 노력했다”고 공직 생활을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을 향해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김 차장검사는 “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중앙지검에서 마지막 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에서 검찰과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찾겠다”며 “앞으로의 검찰개혁은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보다는, 국민들이 공감하는, 국민을 위해서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썼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 차장검사는 200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장, 수원지검 인권ㆍ첨단범죄전담부장,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에 임명됐고, 7개월 후 같은 검찰청 1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탓에 친(親)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도 논란의 한복판에 놓이자 결국 이성윤 지검장을 찾아 사의를 밝혔다. 특히 김 차장검사는 이성윤 지검장과 휘하 검사들 간 의견 충돌이 잦아지면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추 전 장관을 상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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