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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700억대 암호화폐 투자 사기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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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700억대 암호화폐 투자 사기 수사 착수

입력
2021.02.25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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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터미널 투자 피해자 89명, 대표 등 고소
암호화폐 광풍 피해 속출...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
암호화폐 제도권 밖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해야"

미국 암호화폐 투자회사 '블록체인터미널(BCT)'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미국 암호화폐 투자회사 '블록체인터미널(BCT)'의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경찰이 미국 암호화폐 투자회사 '블록체인터미널(BCT, Blockchain terminal)’이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만 수백명으로 이들은 최소 7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업체는 "본사가 해킹을 당해 투자금으로 받은 암호화폐 90%를 잃어버렸다"며 투자금 반환을 거부하며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년 가까이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캐나다 국적 BCT 대표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피해자 89명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BCT 대표 보아즈 마노르(Boaz Manor)와 한국 총판 신모씨 등 3명을 고소하고, 판매책 8명을 고발했다.

다단계 방식 탓에 피해 규모 커져

2018년 국내에 소개된 BCT는 거래소마다 암호화폐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차익거래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홍보했다. BCT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가상화폐공개(ICO)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치했다. 투자 위험이 커 정부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

피해자들은 BCT에서 발행한 암호화폐 'BCT 토큰'에 300억원, BCT 재정거래 상품에 400억원을 투자했는데 2년째 출금 불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BCT가 기존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자, 이름만 바꾼 상품을 계속 판매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 김모씨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해 투자금을 되찾으려고 했더니 출금되지 않아 회사에 항의했더니 '해킹 피해를 입어 보유 중인 암호화폐 90%가 사라졌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보아즈 마노르 BCT 대표가 지난달 웨비나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BCT 출금 불가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 캡쳐.

보아즈 마노르 BCT 대표가 지난달 웨비나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BCT 출금 불가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면 캡쳐.

BCT 대표들은 지난해 1월 미국에서도 3,000만(333억여원) 달러 피해를 일으킨 혐의로 뉴저지주(州) 검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마노르는 2012년 캐나다에서 1억 600만(1,178억여원)달러의 헤지펀드 붕괴사건을 유발한 인물로, 징역 4년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평생 영업금지 명령을 받았다. 마노르는 숀 맥도날드(Shaun MacDonald)라는 가명을 사용해 미국에 BCT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금융당국 책임조차 불투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캐나다 금융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마노르가 국내 투자자들을 농락하는 동안, 금융소비자 보호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울타리가 돼주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가상자산으로 금융상품이 아니다"고 했고, 금감원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제도권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당국의 관리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사기·유사수신 등 불법행위가 발견됐을 경우 수사하고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등장 이후 금융시장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소비자 보호장치는 과거의 틀에 묶여 있다"며 "금융당국이 책임 소재를 좀더 분명히 하고, 사후 대책뿐 아니라 예방 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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