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역사기억법 제정, 독재 유산 청산 작업
프랑코 시신 국립묘지서 파묘·별장 국고 환수도
스페인 정부가 36년 철권 통치로 악명 높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총통의 마지막 하나 남은 동상까지 모두 철거했다. 부끄러운 역사를 극복하려는 ‘스페인판 과거사 청산’인 셈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리카 북서부 스페인령 자치도시 멜리야에 있던 최후의 프랑코 동상이 제거됐다. 인부들은 성문 앞에 세워졌던 동상을 굴착기와 드릴로 떼어낸 뒤 목에 사슬을 걸어 운반했다. 이 동상은 1920년대 스페인ㆍ프랑스 연합군이 식민 지배에 항거한 모로코 베르베르족(族) 맞서 승리한 리프전쟁 당시 스페인군 사령관이었던 프랑코를 기념하게 위해 그의 사망 3년 후인 1978년 설치됐다.
멜리야 지역 의회는 전날 프랑코 동상 철거를 결의했고, 이튿날 곧바로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은 프랑코에 충성했던 스페인 중앙경찰 ‘과르디아 시빌’의 군사 쿠데타 미수 사건이 일어난 지 40주년 되는 날이라 의미를 더했다. 다만 특별한 기념 의식이나 사전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멜리야 교육ㆍ문화 담당자인 엘레나 페르난데스 트레비노는 “오늘은 멜리야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환영했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가 “프랑코의 독재가 아니라 군사적 업적을 기리는 동상”이라 주장하며 끝까지 반발했으나 현지 주민들의 역사 바로세우기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스페인은 사회당 집권 시절인 2007년 ‘역사기억법’을 제정해 프랑코 시대의 유산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해당 법령은 친(親)프랑코 시위나 프랑코주의 표현도 범죄로 규정한다. 2019년에는 44년간 국립묘지인 ‘전몰자의 계곡’에 안장돼 있던 프랑코의 시신을 파묘해 일반 가족묘지로 이장했고, 지난해에는 프랑코의 후손이 소유하고 있던 여름 별장도 국고로 환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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