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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 "한국 이해하려 파고든 중국, 정체성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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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 "한국 이해하려 파고든 중국, 정체성 하나가 아니다"

입력
2021.02.24 15:00
수정
2021.02.24 18: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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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 '중국정치사상사' 펴내

첫 학술서로 '중국정치사상사'를 펴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첫 학술서로 '중국정치사상사'를 펴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묻는 사람.’ 한국 사회에 ‘OOO은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져온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스스로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진리를 알았다고, 선전하고 팔고 다니는 사람들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연구자의 기본은 진리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이죠. 저는 직업 윤리에 충실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질문을 통해 본질에 가 닿으려는 김영민 교수가 첫 학술서로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를 펴냈다. 국내 저자가 중국정치사상사를 집필한 건 최초다. 2017년 영문판(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으로 먼저 출간됐고 이번에 우리말로 옮겼다. 한글본은 영문판보다 곱절 늘어난 900여페이지. 한국 독자를 위해 새로 썼다고 할 정도다. 중국에 대해 한국이 서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거라 짐작되건만, 분량은 더 많아졌으니 의외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익숙하다고 해서 잘 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안다고 생각하고 믿었던 것들을 아니라고 설명하려다 보니까, 원서보다 더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중국인가. 김영민 교수는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대상만 공부한다는 것은 패착으로 끝나기 쉬운 접근법이죠.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만 공부해선 안 되는 것처럼요. 중국은 과거부터 한국의 정치적 조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예요. 중국에서 발달한 사상이 한국인들 생각의 언어로 쓰였던 만큼, 한국을 이해하려면 중국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정치사상사에 관한 책은 이미 많다.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류쩌화(劉澤華)의 ‘중국정치사상사’ 등등 중국의 대가들이 내놓은 고전의 계보다. 그러나 김 교수가 보기에 이 책들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역사 감각이 부족한 게 문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려는 건 변화에 대한 감각과 교훈을 얻기 위해서인데, 기존의 책들은 중국정치사상을 전제국가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나 전통으로서의 유교 등등 몇 마디로만 단순하게 환원하고 있다는 게 문제예요. 중국은 처음부터 변치 않았던 연속체로, 지금의 중국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운명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이건 중국의 민족주의적 입장일 뿐이죠.”

그래서 김 교수는 단일화된 중국의 고정관념과 결별하려 노력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적’이란 특성에 대해 되물으면서다. “유교도 시대마다 달라졌으므로, 왜 하필 그때 무슨 유교를 소환하는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명나라 때는 지금 중국의 영토 절반에 불과했어요." "한족이 중국의 전부라고 했지만 지금 중국은 소수민족도 많고, 한족 내부도 균질하지 않죠.” 중국은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다양한 정치적 행위자들에 의해 발명되고 변화해온 일종의 구성물이란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달라진 시대에 따라 조응해온 중국의 정치 비전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중화(中華)다. 근대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중화는 중국만의 것은 아녔다. 대한제국, 일본, 베트남도 나름의 중화를 주창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중화는 중국만이 추구하는 상징이 돼 버렸다. 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대국을 향한 열망이 남아 있고, 사회주의의 매력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중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을 옆에 둔 한국은 어찌 해야 하나. 김 교수는 중국이 오로지 세계의 단일화된 중심이었던 조선시대 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고 했다. “지금 세계는 모든 국가가 한 표씩 행사할 수 있는 평등한 체제인 데다 강대국조차 다극화됐죠. 그런 면에서 오히려 운신의 폭은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수의 강대국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지하고 이를 활용해 활동 반경을 확보해가는 게 한국의 과제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결국 이야기는 한국으로 마무리됐다. 김 교수의 궁극적 연구 목표 역시 한국이다. “언젠가는 한국정치사상사를 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의 체력과 노력, 행운과 지원이 뒤따라줘야겠지만요.”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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