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파면하라"... '코로나 영웅'이 날선 비판 받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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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파면하라"... '코로나 영웅'이 날선 비판 받은 까닭

입력
2021.02.24 09:00
수정
2021.02.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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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매케인 "파우치, 백신 효과 확실히 전달 안 해"
일부 전문가도 '백신 효과 저평가될까' 걱정
"백신 효과는 금방이 아니라 서서히 안전해지는 것"

ABC 방송 '뷰'의 공동 진행자 메건 매케인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딸인 방송인 메건 매케인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파면하고, 어쩌면 과학을 더 잘 아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과 관련해 일관되지 못한 정보를 내놓고 있다"는 이유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보 혼란'을 메우며 '영웅'으로 떠오른 파우치 소장이 왜 이런 날선 비판을 받았을까.

일단 여론은 파우치 소장의 편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와 그에 따른 초고속 백신 개발 및 접종을 맞닥뜨린 전문가들은 '낙관주의'와 '정확한 경고' 사이에서 적절한 '백신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백신 맞고도 가족과 밥도 못 먹어?" 불만 터트린 매케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 로이터 연합뉴스

ABC 방송 프로그램 '뷰'를 우피 골드버그와 공동 진행하는 매케인은 22일(현지시간) 방송에서 파우치 소장의 발언을 겨냥해 "좌절스럽다"면서 "내가 백신을 맞고 나서 가족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매케인이 문제 삼은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앞선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파우치 소장은 "백신을 맞은 조부모가 백신을 맞지 못한 손자·손녀를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개 방송에서 당장 할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전문가) 팀과 논의한 후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매케인은 "나는 당장 백신을 맞고 싶은데 언제 맞을지조차 알지도 못한다"면서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생활에) 변화가 없고, 모든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때까지 수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그건 많은 사람들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파우치 소장을 옹호하는 이들이 자신을 비판하자 매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파우치의 제단을 경배할 수 있겠지만, 나의 분명한 의견은 코로나19 관련 메시지와 리더십을 담당하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또다시 강조했다.



"코로나 백신, 중증 막는 효과 매우 높아...저평가돼서도 안 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병 모습. AFP 연합뉴스

물론 매케인의 발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장 공동 진행자인 우피 골드버그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미접종자와 바로 접촉하는 것은 무리"라며 "백신을 맞지 않은 입장에서 접촉 상대가 백신을 접종했는지 여부를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신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분명해진다면 전문가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냐"고 수습했다.

하지만 매케인의 말대로, 파우치 소장의 발언 자체는 '백신만 맞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좌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소식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그 효과를 지나치게 저평가(underselling) 받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美 펜실베이니아대 감염병 전문가인 애런 릭터먼 연구원은 인터넷매체 복스(Vox)와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맞는 백신은 효과 측면에서 최고 중의 하나"라며 "지금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등 현재 공개된 코로나19 백신들은 '중증 질환'을 줄이는데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모니카 간디 교수는 "전염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며 (중증 줄이는 것이 가장 큰 효과지만) 대신 중증이 아닌 환자는 감염증을 확산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방적 낙관주의는 안돼...오히려 음모론 부를 수도"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에 조기가 걸려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어선 데 대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모든 연방기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연합뉴스

물론 감염병 전문가들은 여전히 똑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 이들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남아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독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세계 인구 전체에 걸쳐 코로나19 확산이 둔화하는 데에 백신 접종 후에도 몇 달이 걸릴 수 있고, 설령 백신을 먼저 맞았다 해도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는 공공 장소에서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상황을 곧바로 종결시킨다는 '만능키'로 여기고 싶은 낙관주의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적 경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릭터먼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 사회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접종을 해 가면서 서서히 안전해진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방적으로 낙관주의만 설파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사실을 숨기고 거짓 정보를 알려서는 안 된다"는 릭터먼 연구원은 "사람들은 결국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외려 백신 회의론이나 음모론이 심해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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