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검사 다시 수사 대상?
공소시효 1개월밖에 안 남아
"무리한 기소 가능성" 우려도
친(親)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임은정(47)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을 받으면서 한명숙(77) 전 국무총리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났던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재수사를 가능케 한 포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 공소시효가 1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실질적인 수사보다는 곧바로 ‘기소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설 보직에다 이례적으로 '겸직 발령'까지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가 임 연구관을 ‘대검 검찰연구관 및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으로 발령한 조치의 핵심은 ‘수사권 부여’에 있다. 통상 대검 감찰부 연구관들은 감찰 사안의 수사 전환 가능성을 고려,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를 겸했지만 임 연구관은 예외였다. 애초 지난해 9월 ‘감찰정책연구관’이라는 신설 직책을 맡으며 대검에 입성했던 데다, 감찰 실무가 아니라 ‘감찰정책’이 주된 업무여서 수사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전례가 없는 원 포인트 겸직 발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방검찰청의 고위 간부는 “원래 없던 직책을 만들어 대검 감찰부로 보낸 것도 이례적인데, 법무부가 나서서 겸직 발령까지 해 주며 수사 기능을 준 건 처음 본다”며 “결국 임 연구관에게 한 전 총리 사건의 ‘수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 연구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렵사리 수사권을 부여받았다.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 계속 가보겠다”고 썼다. 한 전 총리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선 이미 '무혐의' 결론 내려
해당 사건은 2010~2011년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팀이 핵심 증언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4월 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품 공여자인 한만호(2018년 사망) 전 한신건영 대표의 감방 동료였던 최모씨가 법무부에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강요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낸 것이다. 다른 동료 재소자인 한모씨도 비슷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었다’는 법정 증언을 했던 김모씨가 상반된 입장을 취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씨와 김씨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한씨는 대검 감찰부가 각각 조사하라’며 다소 엇갈린 지시를 내렸다.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국면 속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최씨와 김씨 등을 조사한 뒤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A 부장검사에게 모해위증교사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검 감찰부는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공소시효 한달뿐... 관련자 소환 최소화할 듯
관심의 초점은 수사권을 쥐게 된 임 연구관의 향후 수사 활동이다. 그는 관련 기록 검토는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관계자 줄소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다음달 22일로 끝나는 공소시효가 변수다. 한 달 안에 A 부장검사 등의 모해위증교사 혐의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관련자들을 하나하나 불러 진술을 듣기에 1개월은 역부족”이라며 “최소한의 소환 조사를 하며 기소를 하기 위한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주변에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인데, 무리한 기소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6년 전 한 전 총리의 유죄가 확정됐고 서울중앙지검도 수사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는데, 이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소를 밀어붙이기만 하는 모양새라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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