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또 하나 비운, 유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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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또 하나 비운, 유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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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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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북위 70도 부근까지 서식하던 아무르호랑이는 진화를 통해 추운 기후에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왔다. Marcel Langthim ©pixabay


생물체들과 서식지 등 생태 복합체들의 변이성을 생물다양성이라고 합니다. 생물다양성은 크게 종내(유전적), 종간 그리고 생태계다양성으로 나눕니다. 벌써 힘들어지시나요? 쉽게 유전적 다양성이라 함은 내 주변에 친인척만 있길 바라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고, 종 다양성은 같이 살아야 할 생명체가 인간만이 아님을 뜻합니다. 생태계다양성이라 함은 밥, 나물, 생선구이와 조갯국이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산과 들, 바다와 갯벌이 있고서야 풀과 나무, 곤충과 개구리, 물고기와 조개가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모든 생명체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살아왔던 것이 지금의 지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카리스마 있는 동물 중 하나는 단연코 호랑이일 것입니다. 약 7만년에서 11만년 전의 공통 조상을 가진 호랑이는 각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9개 아종으로 분화했지요. 약 100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 10만 마리 이상이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중 카스피호랑이와 자바호랑이, 발리호랑이는 전멸하였고 이제 약 4,000여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약 3,200여개체였는데, 다소 늘어난 셈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적어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요.


현존하는 호랑이 중 가장 작은 아종인 수마트라호랑이는 빙하기 이후 해안선이 상승하면서 수마트라섬에 고립되었고 섬이라는 조건과 열대 기후에 맞춰 체구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Annabel_P ©pixabay


하지만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다행인 것만은 아닙니다. 주변에 친척들만 많아진들 내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바로 유전적 다양성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앞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호랑이 개체군의 70%가 존재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벵골호랑이가 가장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서식 지역이 넓고 충분한 개체수가 있으니 당연히 그러하겠지요.

다만 호랑이 로드킬과 서식지 단절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각 호랑이 군집은 상호 연결성이 단절되어 있고 근친교배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근친교배 문제가 적게 나타난 아무르호랑이와 비교해 본다면 서식지 차이가 존재합니다. 넓어 보이는 인도 서식지는 사실 높은 인구밀도와 농경지, 도로망 등으로 각 보호구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어 일부 개체군 내의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떨어지고 유전적 병목현상을 겪는다는 것이죠. 근친교배는 흔히 기형 유발과 새끼 수를 줄이며 질병 취약성 및 유전 질병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개체군 간의 서식지를 열어 유전적 흐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나아가 북극곰이나 그린란드 이누이트, 시베리아 토착민에서 나타나는 지질대사 관련 유전자 발현과 같이 아무르호랑이도 빙하기를 거치면서 추운 계절에 견디는 지질대사 관련 유전자를 확보하였다는 것도 알아냅니다.

진화는 다양한 유전적 정보를 바탕으로 자연과의 타협과 균형 속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그 개체를 독특하게 만드는 누적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만드는 기후변화 속도는 이 생명체들이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속도가 빠르면 커브길에서 차량은 전복되고 맙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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