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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욕조'서 숨진 의붓아들…상습 학대한 계모 징역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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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욕조'서 숨진 의붓아들…상습 학대한 계모 징역 12년

입력
2021.02.23 13:13
수정
2021.02.23 13: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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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육아 스트레스 감안해도 엄벌 불가피"

피해자는 양육 의무가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잔혹하게 학대당한 끝에 차가운 물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짧은 생을 마쳤다.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 명백한 폭력행위였고,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여주 계모 찬물학대’ 사건 2심 판결문 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적 장애 의붓아들을 한겨울 찬물 속에 속옷 차림으로 앉아 있게 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찬물 체벌’ 이전에도 반복적 학대에 노출돼 아동보호기관에 분리 조처됐던 피해아동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집에 돌아왔지만, 또다시 시작된 가정폭력으로 인해 결국 아홉 살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 A(32)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5월 1심에선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과거 학대까지 감안해, “동종 전과범과 같은 형량으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양형기준보다 높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의붓아들 B군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0월 B군의 친아버지와 동거를 시작하면서다. 지적장애 3급인 B군이 말을 듣지 않거나 사소한 잘못을 해도, A씨는 과한 체벌을 했다. B군이 불과 네살이던 2016년에도 손바닥으로 아이 얼굴을 때리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 두 차례 신고가 접수됐지만 ‘A씨 처벌’ 대신 ‘B군에 대한 보호처분’으로 매듭지어졌다.

2016년 5월 집에서 벗어난 B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21개월간 보살핌을 받았다. 이후 “학교에 보낼 나이가 됐으니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 약속을 믿고, B군은 2018년 2월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하지만 빈곤과 가사·육아 부담 등에 남편과 불화를 겪던 A씨는 B군에게 또 다시 화풀이를 시작했다. 아이를 때리고, 밀쳐 넘어뜨리는 등 수차례 신체적 폭력이 벌어졌다.

수년간 학대에 노출된 B군은 한겨울인 지난해 1월 ‘찬물 체벌’을 받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B군이 아침부터 자고 있던 동생들을 건드려 깨우고 시끄럽게 굴었단 이유로 A씨는 찬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베란다에 놓고는, B군을 속옷 차림으로 욕조 안에 들어가게 했다. B군이 찬물 욕조에서 떨었을 당시, 베란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바깥 기온은 영하 3도였다.

B군은 욕조에 들어가자마자 나오려 했지만 “말을 잘 들어야 나올 수 있다”는 A씨 말에 겁을 먹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체벌이 30분쯤 지났을 무렵 A씨 친딸이 “이제 그만 나오라고 하면 안 되겠냐”며 호소했지만, A씨는 “1시간만 더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찬물 욕조에 방치됐던 아이는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뒀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 지능지수(IQ)는 72로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의 비장애인보다는 지적능력이 낮다는 의미다. 법원은 남편과 살면서 수년간 지속돼온 가난과 홀로 아이 4명을 키우며 생긴 스트레스를 일부 범행 동기로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B군에 대한 학대행위의 내용과 강도는 명백한 폭력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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