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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몰린 부산 개금시영, '매매 계약 후 취소' 최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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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지인 몰린 부산 개금시영, '매매 계약 후 취소' 최다 단지

입력
2021.02.2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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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뉴스1

지난 21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뉴스1

서울 등 외지인 매수가 몰린 아파트에서 매매 계약 후 취소가 빈번하게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를 두고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부작용이란 주장과 투기 세력에 의한 조작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허위 계약이 드러날 경우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이다.

23일 한국일보가 지난해 2월 1일부터 1년간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500가구 이상 단지 중 계약 후 취소가 가장 많았던 곳은 61건을 기록한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개금시영'이다. 이 단지에서는 전체 거래(308건)의 19.8%가 계약 후 취소됐다.


계약 취소 늘어나자 집값 3배 올랐다

개금시영 계약 취소 증가 시점은 집값 급등 시기와 겹친다. 이곳은 지난해 6월 계약 28건이 취소됐으며, 10월엔 15건이 없던 일이 됐다. 취소된 거래의 70% 이상이 이때 이뤄진 매매였다. 이 4개월 사이 개금시영 전용면적 39.67㎡ 매매가격은 5,5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이달 15일에는 1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인근 단지도 상황이 비슷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취소 거래가 많았던 단지는 개금동 '개금주공2단지'(57건)이고, 그 다음이 당감동 '개금주공3단지'(56건)다. 두 단지는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해 있다. 이 단지들 역시 개금시영과 비슷한 시기에 집값이 크게 뛰었다.


투기로 집값 오르자 집주인 계약 파기... "허위 계약 없다"

해당 단지들에서 최근 외지인 투기가 급증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추석 이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들썩였단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개금시영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를 대량으로 매수하러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하고 투기 세력이 내려왔단 소문이 파다했다"며 "여기는 취득세가 1.1%에 불과해 다주택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귀띔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부산진구 아파트는 194가구였는데, 이 중에 156가구(80.4%)는 6월부터 사들인 것이었다. 2019년에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부산진구 아파트가 43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외지인 수요가 급증했다.

다만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정부가 초점을 맞추는 '실거래가 띄우기 허위 계약' 의혹은 부정했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계약을 파기한 집주인이 많아진 탓이란 것이다. 개금동에서 근무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주일 새 2,000만~3,000만원이 오르다 보니 계약금을 배액 배상하더라도 취소하겠단 매도인이 여럿 있었다"며 "이른바 '작전 세력'에 의한 허위 계약은 개금동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아침에 일괄 취소된 계약 35건... 원인은 갭 투자?

취소된 매매 거래가 많은 아파트 단지 상위 10곳

취소된 매매 거래가 많은 아파트 단지 상위 10곳


그렇다고 모든 계약 취소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상 투기 세력은 별도 중개인을 두지 않고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지역에선 매맷값이 갑작스레 상승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시장에선 실수요자의 관심은 적은데 계약 취소가 늘어난 단지를 의심하고 있다.

수상한 거래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흥덕코오롱하늘채'다. 이곳에서 취소된 매매 계약은 전국에서 5번째로 많은 53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3월엔 전체 거래 81건 중에서 35건이 파기됐다. 모두 이중 계약이 맺어졌으며, 5월 14일에 일괄적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중개인들은 이를 단순 실수로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갭 투자자'를 의심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흥덕구에서 이뤄진 갭 투자는 821건으로 전체 매매의 12.2%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5월에만 221건(17.4%)이 캡 투자 방식으로 거래됐다. 흥덕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갭 투자자가 몰려와선 중개인 없이 자기들끼리 계약과 파기를 반복하며 호가를 높인다고 들었다"고 했다.


정부 "시장 교란 행위 발붙이지 못하게 할 것"

그 외 매매 계약 후 취소가 다수 있었던 아파트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두산위브더제니스'(54건) △부산 남구 '오륙도SK뷰'(52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원'(47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영지웰시티1차'(47건) △충북 충주시 용산동 '용산주공1단지'(46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아이파크'(45건) 등이다.

정부는 허위 매매 계약을 엄단하겠다고 천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동산 시장이 일부 세력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수사 등을 통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조치하길 바란다"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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