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은커녕 키우고 있어"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엇갈리면서 제주도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서로 최종 결정 책임을 미루고 있다. 당초 갈등 봉합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여론조사가 오히려 지역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와 국토부는 “상대방 입장이 중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갈등의 골을 키우는 모양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2개 여론조사기관(한국갤럽ㆍ엠브레인퍼블릭)이 진행한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23일까지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두 기관의 여론조사에선 모두 반대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반면 제2공항 대상지인 성산읍 주민 조사에선 두 결과 모두 찬성의견 비율(60% 이상)이 반대보다 두 배 많았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달지 않고 그 자체를 국토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조사결과는 국토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할 계획”이라며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혀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여론조사는 참고용”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추진위원회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중단ㆍ변경될 수 없다”며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히는 등 여론조사 이후 도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제주도는 중재 노력이나 대안 제시 없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책임 떠넘기기는 국토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가 요청한 사업이기 때문에 제주도 입장이 중요하다”며 제주도에 공을 돌렸다. 2019년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김현미 장관은 “제주도가 어느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면 따르겠다”며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한 변창흠 장관이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와 관련한 국토부 입장을 묻는 질의에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저희 의견을 더해 환경부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책임 떠넘기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평가 요건과 무관하다고 밝혔음에도 환경부에 공을 돌리는 식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2019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뒤 세 차례나 보완 요구를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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