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늘 '선별'과 '보편'의 논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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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늘 '선별'과 '보편'의 논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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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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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세기는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welfare state)'가 확립된 시기였다. 21세기는 국가가 국민에게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 시험대에 올랐다. 2016년 스위스에서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여부로 국민투표가 있었고(반대자들의 승리), 핀란드에서는 2017년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2년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정책이 시범적으로 있었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도 비슷한 정책을 계획, 실험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그것이 '선별적(selective)'인지, 혹은 '보편적(universal)'인지에 관한 것이다. 영국은 복지국가를 선도한 나라 중 하나로, 이미 빈민구제의 전통이 있었다. 당시는 빈곤을 도덕적으로 바라보았고,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경우 본인의 잘못으로 여겼다. 영국의 빈민구제법은 빈민을 '바람직한(deserving)' 부류와 '바람직하지 못한(undeserving)' 부류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선별적 복지의 원형적인 모습이었다. 선별적 복지는 1) 대상자의 가족, 직업, 수입, 재산 등을 따져 복지가 정말 필요한지, 2) 대상자가 진정으로 일할 의욕이 있는지를 테스트한다.

19세기 후반에 이르자 산업혁명의 그늘에서 대두된 노동자들의 빈곤이 노년, 질병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제 영국의 빈민구제법은 종말을 고하고, 20세기 초에 보다 보편적인 국민보험법(1880년대 성립된 독일 사회보험제도가 전례가 됨)과 노년연금법(70세 이상) 등이 도입되어 복지국가가 탄생한다. 영국은 다시 두 차례의 세계전쟁을 거친 후, 노동자뿐 아니라 전 국민을 포괄하는 국민보험제도를 수립한다(이것은 1950년대 서독의 모범이 됨).

복지국가는 1980~90년대에 들어 복지를 국가문제로만 인식하는 '복지병'과 사회의 고령화 때문에 재정위기에 처하게 된다. 특히 냉전의 해체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던 정당들도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수정한다. 영국 노동당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과 독일 사민당 게하르트 슈뢰더의 신중도 노선은 신자유주의에 직면하여 복지의 보편성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의 방향 선회였다.

2000년경부터 서유럽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빅 데이터와 인공 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중산층의 몰락이 예견되면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여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제도는 대상자를 까다롭게 선정하거나 노동의 진정성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가 만개된 형태다.

서유럽 복지국가는 선별성에서 보편성의 추구로 흘러왔고, 지금은 당연해 보여도 과거 급진적인 것으로 그 도입에 긴 논쟁이 필요했고, 결국 산업혁명, 세계대전 같은 격변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나 미래 로봇혁명이 인간 생존을 또다시 흔들면 기본소득의 도입도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로의 움직임은 개인 책임의 강조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기본소득 논의가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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