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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먼저 인정받은 신인밴드 포그, 이들을 뭉치게 한 '슈게이즈'의 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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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먼저 인정받은 신인밴드 포그, 이들을 뭉치게 한 '슈게이즈'의 매력은?

입력
2021.02.22 18:01
수정
2021.02.22 18: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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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결성, 두 번째 앨범 준비 중
지난해 최고의 슈게이즈 앨범 중 하나로 꼽히기도

슈게이즈 장르를 연주하는 4인조 밴드 포그. 왼쪽부터 이환호 오승준 류강현 신경원. 포그 제공

슈게이즈 장르를 연주하는 4인조 밴드 포그. 왼쪽부터 이환호 오승준 류강현 신경원. 포그 제공


‘슈게이즈’라는 흔치 않은 장르로 해외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 밴드가 있다. 슈게이즈는 기타에 강한 이펙트나 피드백을 넣거나 소리를 왜곡시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인 인디 록의 하위 장르. 연주자들이 주로 고개를 숙인 채 발을 보며 연주한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꿈 속을 유영하듯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드림팝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디 록에서도 비주류인 슈게이즈를 표방하고 나선 이 밴드의 이름은 안개를 뜻하는 포그(Fog). 이들이 그리는 음악적 풍경을 직유법으로 설명하는 이름이다. 2018년 결성한 포그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음악 플랫폼인 밴드캠프를 통해 데뷔 앨범 ‘포게스크(Fogesque)’를 발표했다. 한 달 뒤에는 국내에도 발매했다.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자비로 녹음하고 CD를 제작, 판매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인디’ 밴드인 셈이다.

'Nocturne' 'Dehumidifier' 등 앨범에 담긴 9곡의 트랙에서 포그는 듣는 이를 매혹적인 소음의 안개 속으로 안내한다.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슈게이즈의 정석에 가깝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 없이 듣는다면 슬로다이브(Slowdive) 같은 슈게이즈 밴드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영국 밴드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해외 슈게이즈 마니아들이 포그의 재능을 먼저 알아봤다. 미국과 브라질의 슈게이즈 전문 라디오 방송들은 이들의 데뷔작을 지난해 최고의 슈게이즈 앨범 중 하나로 꼽았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포그의 네 멤버 이환호(드럼), 신경원(기타, 보컬), 오승준(베이스), 류강현(기타)은 “해외든 국내든 우리를 알아봐줄 거란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고 단지 앨범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고 기뻤다”고 했다.

포그는 데뷔작에 담긴 전곡을 작사, 작곡한 신경원과 프로듀서를 맡은 이환호가 주축이 돼 결성됐다. “2018년쯤 슈게이즈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이런 음악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곡을 몇 개 써서 SNS에 올렸어요.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환호씨가 이 음악으로 밴드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서 시작하게 됐죠.”(신경원)

학교에서 악기를 전공한 오승준과 류강현이 합류하며 밴드의 진용이 갖춰졌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곡을 쓰고 녹음하고 믹싱하는 작업 등을 모두 밴드 스스로 했다. 이환호는 “연주와 녹음은 물론 앨범 커버까지 우리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소속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슈게이즈라는 장르로 뭉치긴 했지만 네 멤버의 성향은 조금씩 다르다. 이환호는 밴드 결성 이전에 블랙 메탈 계열의 음악에 빠져 있었고, 신경원은 펑크 록과 노이즈 록을 듣다 슈게이즈에 매료됐다. 오승준과 류강현은 재즈를 주로 연주했다. 류강현은 “실제로 밴드를 하며 슈게이즈를 연주해 보니 기타와 앰프가 반응하면서 예상치 못한 소리를 내는 것도 재미있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연주할 때와는 다르게 생동감이 느껴져 좋았다”고 했다. 이환호는 슈게이즈의 매력에 대해 “큰 공간에 빈틈 없이 쌓인 사운드와 소음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고 말했다.

포그의 데뷔 앨범 '포게스크'. 커버의 그림은 드러머이자 프로듀서인 이환호가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포그 제공

포그의 데뷔 앨범 '포게스크'. 커버의 그림은 드러머이자 프로듀서인 이환호가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포그 제공


밴드 경험이 처음인 멤버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직접 처리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신경원은 “녹음한 걸 몇 번이나 갈아엎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앨범이 못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제작 과정에서 의견 충돌도 피할 수 없었다. 2019년 초부터 녹음을 시작한 앨범 제작은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끝이 났다. 오승준은 “작업하며 부딪힌 적도 있지만 의견 수렴이 잘 돼서 제작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믹싱이나 마스터링 말고도 거의 모든 일을 환호에게 맡긴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해외 음악 관계자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달 6일에는 일본의 음악 유튜브 채널 드림웨이브스가 주최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에 참여한다. 데뷔작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두번째 앨범도 준비 중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의 골격을 얼추 완성한 상태입니다. 이걸 잘 다듬어서 올해 안에 두 번째 앨범을 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신경원)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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