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집행유예 취소 1심 선고 유지
참전軍 명예훼손도 인정 1300만원 벌금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를 계속 감옥에 가둬두기로 했다. 항소심에서도 1심 때 내려진 징역형 실형 판결이 유지됐다.
2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법원은 이날 시내 바부슈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출장 재판에서 나발니에게 내려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취소한 1심 판결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판결을 그대로 보존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법 절차가 진행되던 2014년 12월 30일부터 이듬해 2월 18일까지 나발니가 가택연금 상태였던 점을 참작해 이 기간만큼을 복역 기간에서 빼라고 명령했다. 이에 나발니의 복역 기간은 당초 수사ㆍ재판ㆍ가택연금 등이 고려돼 매겨졌던 2년 8개월에서 2년 6개월로 추가 단축됐다.
앞서 나발니는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루블(약 5억9,000만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이 사건 관련 집행유예 판결의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달 2일 모스크바 시모놉스키 구역 법원이 집행유예를 실형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고 나발니는 곧장 수감됐다. 이후 정치적 탄압 중단과 나발니의 석방을 정부와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7일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나발니 생명이 위협 당하고 있다며 즉각 그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나발니는 최후 진술에서 “힘은 진실에 있다. 러시아는 지금 불공정성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수천만명이 진실을 찾기를 원하고 있다”며 “언젠가 그들이 진실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2심 판결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나발니의 죄는 이뿐 아니다. 이날 같은 법원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나발니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퇴역 군인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4차 선고 공판도 열렸는데, 이 재판에서도 유죄가 선고돼 나발니가 85만루블(약 1,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 장기 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2차 대전 참전 퇴역 대령 이그나트 아르테멘코(93) 등장 동영상을 자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에 끌어온 뒤 그를 ‘매수된 하인’, ‘양심 없는 사람’, ‘반역자’ 등의 표현으로 비방했다.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 오다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됐던 나발니는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지만 공항에서 체포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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