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위 물고 뜯는 '전금법' 빅브러더 논란,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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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금융위 물고 뜯는 '전금법' 빅브러더 논란, 누구 말이 맞나

입력
2021.02.22 04:30
수정
2021.02.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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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 (지난해 11월 2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한 침해가 아니라, 오히려 한은 업무 영역이 커지는 것" (12월 1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개정안은 금융위의 빅브러더(사회 감시·통제 권력) 법" (올해 2월 17일, 한은 입장자료)

"지나친 과장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은도 빅브러더에 해당한다" (2월 19일, 은 위원장)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한은과 금융위의 충돌이 날로 격해지고 있다. 기관의 수장들까지 나서 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양측은 이번 법안에 유난히 예민한 모습이다.


전금법 개정안 뭐길래?

갈등의 중심인 전금법 개정안 자체는 디지털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법이다. 애초 이 법이 제정됐던 2006년과는 크게 변화한 금융 환경을 반영하고, 핀테크 빅테크 등의 금융업 진출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장치를 만들어 이용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지급거래 청산' 관련 항목이다. 그 동안 각종 페이의 지급결제 과정이 서비스 안에서만 오고 갔다면, 앞으로는 외부 기관(금융결제원)을 정식으로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네이버페이를 사용해 상품을 구매한다면, 지금까지는 소비자의 전자지갑에서 판매자의 전자지갑으로 숫자가 이동하며 거래가 끝났다. 네이버 입장에선 선불 충전금이 늘어나거나(소비자가 전자지갑을 충전) 줄어드는(판매자가 전자지갑에서 은행 계좌로 이체) 차이만 있을 뿐, 실제로 은행 간 돈이 오고 가는 과정을 중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결원이 이 과정에 개입한다. 거래 정보를 받은 금결원이 은행들끼리 주고받을 금액이 맞는지 확인해주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 될 때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청산'이라고 하는데, 이미 금융기관 간 송금 과정에서 청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결원이 핀테크·빅테크의 청산 업무까지 추가로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전금법 개정안, 소비자에 득인가?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법안의 목적으로 내건다. 규제가 느슨한 빅테크와 핀테크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기업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고객 돈을 유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파산하더라도 현재는 소비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며 "실제 거래 장부를 외부에도 기록하도록 해 혹시 모를 금융사고에 대비하자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한은은 같은 이유로 법안을 반대한다. 금융위가 금결원을 통해 네이버 같은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어 '빅브러더'와 다름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특정 기관이 개인의 거래 정보를 과도하게 취득하는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날을 세웠다.

신경전의 이면에는 금결원을 둘러싼 '세력다툼'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결원은 한은 총재가 사원총회 의장을 맡아온 만큼 전통적으로 한은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 그런데 개정안은 전자지급거래 청산 업무에 대한 허가·감독권을 금융위에 주고 있다.

한은이 계속 "중앙은행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를 당국이 통제함으로써 중앙은행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며 얼굴을 붉히는 이유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현재도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민법상 감독권은 금융위에 있다"며 "한은 권한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페이' 거래정보, 정부가 들여다 보나

실제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가 네이버나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결제한 내역을 정부가 마음껏 들여다 볼까. 이에 대해서는 양 기관의 의견이 갈린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가 고객의 모든 거래 정보를 금결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데다, 금융위가 별다른 제한 없이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헌법에 근거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한은 측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중국도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며 "개정안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해둔 지급결제 시스템을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정부가 아무 제약 없이 상시적으로 모든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영장을 받아 개인의 통화나 메시지 내역을 받아보듯, 문제가 터졌을 때 금융당국이 누가 자금의 주인인지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사건이 있을 때를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한은의 빅브러더 언급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시각물_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달라지는 빅테크 결제 구조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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