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장기기증→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으로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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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 장기기증→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으로 확대하자

입력
2021.02.23 04:20
수정
2021.02.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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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재명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교수

이재명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교수는 "장기기증 문화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에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고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우리나라 생체 기증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2위를 기록할 만큼 높다. 하지만 뇌사 장기기증 비율은 40위에 그치고 있다. 연간 목숨을 잃는 30만명 가운데 1%(3,000명) 정도가 뇌사로 사망한다. 뇌사자 가운데 장기기증 비율은 16%(478명)에 그치면서 간ㆍ콩팥ㆍ폐 등을 이식받으려는 4만명이 대기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뇌사자 콩팥이식 대기자 1만5,000명은 평균 4.5년을 기다려야 이식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증된 뇌사자 장기가 제대로 이식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뇌사 장기기증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 분야 최고의 의사로 꼽히는 이재명 고려대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지난해 국내에서 뇌사 장기기증자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 2014년에 이어 두 차례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뇌사 장기기증자 관리’라는 일은 매우 낯선데.

“기증된 뇌사자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이식되도록 뇌사자의 몸 컨디션이 좋게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기증에 동의한 분의 장기 질을 유지하기 위해 ‘혈역학적 안정화(hemodynamic stability)’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사 판정과 함께 장기 이식수술이 이뤄질 때까지 뇌사자에게 혈류량 부족ㆍ심근 수축력 저하ㆍ전신 혈관 저항 저하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수액과 영양을 공급하고, 호르몬제나 승압제, 항응고제(헤파린) 등 약물을 쓰기도 한다.

또한 뇌사자의 몸속 특히 장기에 세균이 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뇌사자의 건강 상태가 바로 수혜를 받는 환자의 건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기증에 동의해도 기증자의 생체 징후가 매우 불량하거나, 감염증이 심각하면 기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뇌사자 장기기증 문화가 아직 부족한데.

“장기기증 문화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100만명당 8.66명(2018년 기준)으로 스페인(48명)ㆍ미국(33.32명)ㆍ이탈리아(27.73명)ㆍ영국(24.52명) 등에 비해 훨씬 낮다. 간이식 대기자는 6,000명 정도인데 간이식 수술은 연간 450건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뇌사자에게서 장기기증을 받는 현재의 ‘뇌사자 장기기증(DBDㆍDonation after Brain Death)’에서 좀더 나아가 이미 선진국에서 10여년 전부터 시행 중인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ㆍ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으로 사망자 장기기증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장기기증이 활발한 스페인은 전체 기증 중 3분의 1 이상이 DCD로 진행한다. 영국ㆍ네덜란드는 DBD보다 DCD가 더 많아 절반 이상이나 된다.

DCD는 심정지 등으로 전신의 혈액순환이 정지해 사망한 것이 확인된 고인에게서 장기를 구득(求得)하는 방식이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면서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고 장기기증을 원하는 환자가 혈액순환이 멈췄을 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을 기다려 완전히 심장사(心臟死)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장기를 구득한다.

여러 다른 나라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는데, 5분 정도를 기다리면 충분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순환이 정지된 상태에서 5분을 기다려도 회복되지 않으면 의학적으로는 확실히 사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인 뇌사자와 달리 심장이 멈춘 사망자에게서 장기를 구득하므로 장기 손상을 줄이려면 아주 빨리 이식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덧붙여 뇌사의 기준도 현재의 전뇌사(全腦死)에서 뇌간사(腦幹死)로 전향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논의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뇌사의 기준은 전뇌사ㆍ대뇌사ㆍ뇌간사 등으로 나뉜다. 전뇌사는 대뇌ㆍ소뇌ㆍ뇌간ㆍ중뇌 전체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돼 어떠한 의식이나 움직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자발적으로 유지하지도 못한 상태를 말한다. 대뇌사(大腦死ㆍ고등뇌사)는 대뇌 피질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돼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인간 상태(PVS)’로 부른다. 뇌간사는 영국 왕립 의대에서 제시하는 뇌사 기준이다. 사실상 생명을 유지시키는 핵심 기관인 뇌간의 비가역적으로 기능이 멈춘 것인데, 뇌 기능 전체를 통합하는 기능과 생명 유지 기능이 상실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대한의학협회가 1988년에 전뇌사를 뇌사로 규정해 이를 채택하고 있다.”

-장기이식 성공률을 높이려면.

“장기기증 문화의 확산만큼 중요한 것이 장기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뇌사자가 장기기증에 동의했다면 그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의료진의 주요 역할이다. 이 때문에 감염과 장기 상태 악화를 방지함과 더불어 간염 관리 프로토콜을 개선해 기증이 가능한 대상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장기이식 가이드라인은 간ㆍ콩팥이식을 할 때 기증자가 HBV/HCV 양성이라면 수혜자도 각각 양성이어야 이식할 수 있다. 실제로 2013~2017년 5년간 발생한 잠재 뇌사자 9,210명 가운데 Bㆍ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 기증 대상은 333건이었는데, 이식이 실제로 이뤄진 것은 71건에 그쳤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과 동시에 이식 전후 간염 치료 프로토콜 확립이 필요한 이유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어떻게 뇌사자를 관리하나.

“뇌사자가 발생했다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장기이식에 필요한 조직 구득에서부터 이식수술, 수술 후 관리까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로부터 ‘뇌사 판정 대상자 관리전문기관(HOPO)’으로 선정됐다. HOPO란 뇌사자판정위원회를 통해 뇌사 판정을 내릴 수 있으며 뇌사자에 대한 총체적 관리와 잠재 뇌사자 발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HOPO 병원으로서 다수의 장기이식 전문가를 확보하고 서울 북부권의 통합적인 장기이식을 주도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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