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창업자…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세계 최고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한국인 1호 가입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은 젊은 창업자 역대급 기부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45)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 환원하는 재산은 5,000억원이 넘는다. 최근 재산의 절반 기부를 약속한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의 통 큰 기부 선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클럽으로 알려진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18일 밝혔다.
더기빙플레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할 수 있다.
부자라고 다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기빙플레지는 기부 서약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 실사, 기부 의지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친 뒤 서약자의 이름과 사진, 선언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 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김 의장도 수개월에 걸친 가입절차 끝에 한국인으로 처음 기부 서약자로 공식 인정됐다. 이날 공개된 선언문에서 김 의장은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IT 업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수도전기공고를 나와 서울예술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고, 네오위즈와 네이버 등을 거쳐 2011년 배달의민족을 창업했다. 별다른 재산이나 사회적 배경 없이도 연 20조원으로 성장한 배달 업계 선두 기업을 일궜다.
김범수 의장처럼 그의 기부 결심에도 순탄하지 않았던 성장 과정이 영향을 끼쳤다. 그는 기부 이유로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평소에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했다. 그동안 사랑의열매에 71억원을 기부하는 등 최근까지 기부한 누적 금액이 100억원을 상회한다. 그는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등과 관련된 자선단체들을 돕는 곳에 기부금이 쓰이도록 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보며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꿈꿨다는 김 의장은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기부선언문을 마무리했다.
지난 8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분가치로도 김 의장의 재산 절반은 5조원이 넘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서약서 전문>
안녕하세요 김봉진, 설보미입니다.
우선 빌게이츠와 워런버핏 그리고 앞선 218분의 기부선언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그 이야기를 잇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예상수명보다 훨씬 더 많이 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모든 계획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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