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네타냐후, 드디어 첫 통화 "훈훈했다"

정상 간 통화 늦어져 '이스라엘 패싱설'도?
바이든 취임 한 달 만에 한 시간가량 대화
"중동 지역 국가 중 첫 통화, 긍정적 신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노동계 대표들과 면담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드디어 첫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동 지역 아랍과 무슬림 국가들 및 이란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관계 등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했다”며 “한 시간가량 이어진 대화는 매우 우호적이고 훈훈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 정상이 평화협정의 진전, 이란의 위협, 지역적 도전에 대해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오랜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확인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고한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노동계 대표들과의 면담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좋은 대화였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중부 도시 라마트간의 셰바 메디컬 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있다. 라마트간=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전 세계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중동 지역 우방인 이스라엘 총리와는 통화하지 않아 ‘이스라엘 패싱설’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친(親)트럼프 입장을 견지했던 네타냐후 총리를 바이든 대통령이 꺼려하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그와 통화한 전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편으로는 3월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면 양국 관계가 더 경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은 이런 추측들을 부인하며 중동 지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 문제에 관해서 양국이 견해차가 있지만 두 정상이 강력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한 이스라엘 외교관은 “통화가 지연돼 이스라엘이 우려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러시아 및 중국 문제를 시급하게 다루고 있다는 걸 염두에 뒀다”며 “중동 정상 중엔 처음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