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분리조치 명시 아동복지법 시행>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시 분리 의무화
"종합 판단 필요한데 무조건 분리 곤란" 지적도
'정인이 사건(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대 피해 의심 아동과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강화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동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무조건적 분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달 시행을 앞둔 개정 아동복지법에선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학대 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을 분리해 아동보호시설과 친인척 등에 일시 위탁하도록 명시했다. 경찰도 지난해 11월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고 멍이나 상처가 있을 경우 보호자와 무조건 분리하도록 조치했다.
18일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등에 따르면 일선 현장에선 최근 아동을 부모 등 학대 의심자로부터 분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경찰에서 조치를 강화한 데다 정인이 사건 이후로 분리 필요성이 강조된 게 주된 이유다.
분리 조치가 강화되면서 '제2의 정인이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지만, 일각에선 불필요한 분리를 고려해야 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 우이동 주택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5세 아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아동은 엄마가 전일제 자활 근로를 나간 사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행인에게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의로 아동을 학대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아동은 엄마와 분리돼 친적집으로 인계됐다.
아보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보호자의 보호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했을텐데 선제적으로 분리를 고려한 사례"라며 "돌봄 지원 등 다른 방식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최근엔 무조건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을 분리할 때 학대의심 상황과 아동의 의사, 심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아동이 익숙한 거주지에서 벗어나면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분리가 정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자체의 한 전담공무원은 "분리하기에 앞서 학대 의심자인 부모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아동의 의사도 고려해야 한다"며 "방임 사건은 방임 기준이 모호해 현장에서 응급 분리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분리 조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에선 여러 차례 아버지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중학생이 가정 분리를 거부해 전담공무원과 아보전 관계자 등이 애를 먹는 일도 있었다. 아보전 관계자는 "어린 아이들은 그나마 설득이 가능하지만, 중·고등학생은 거부 의사가 확고하면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며 "강제로 끌고 올 수도 없고 현장에선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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