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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만 볼건가요? 흰여울의 밤은 낮보다 풍성하다

입력
2021.02.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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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야간 여행 · 예술 체험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의 조형예술작품 ‘흰여울 갈매기의 꿈(박경석 작)'. 흰여울마을의 진짜 여행은 어둠이 내릴 무렵부터 시작된다. ⓒ박준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의 조형예술작품 ‘흰여울 갈매기의 꿈(박경석 작)'. 흰여울마을의 진짜 여행은 어둠이 내릴 무렵부터 시작된다. ⓒ박준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은 주민의 삶터에 역사와 풍경이 더해져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낮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은 대부분 낮은 담장 너머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걷고 돌아가는데, 속살 여행은 따로 있다. 밤이 되면 흰여울마을은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골목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눈과 귀가 즐거운 풍성한 예술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역에서 KTX, 수서역에서 SRT를 타면 부산역까지 2시간 20~40분가량 걸린다. 부산역에서 508번(82·85번 버스도 가능) 시내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건너면 20여분 만에 흰여울문화마을에 도착한다.

바다를 품고 벼랑 위에 선 흰여울문화마을

흰여울문화마을을 멀리서 보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올린 집들의 집합체다. 가까이 다가가면 번듯하게 새로 지은 집과, 곧 쓰러질 듯한 슬레이트 지붕에 몸을 숙여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출입문을 단 집들이 공존한다. 터가 좁아 마당은커녕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앞은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디좁은 골목길이다. 그리고 수 십 미터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바다가 펼쳐진다. 흔히 말하는 ‘바다 뷰’를 논외로 하면 주거환경으로는 불편함을 넘어 낙제점이다. 이유가 있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민이 몰려들었고,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며 마구잡이식으로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며 일부는 떠나고 일부는 그대로 남았다.

흰여울마을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앞은 좁은 골목길이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 부근 골목. ⓒ박준규

흰여울마을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 앞은 좁은 골목길이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 부근 골목. ⓒ박준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을 멀리서 보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집들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박준규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을 멀리서 보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집들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박준규

노후화한 마을은 그렇게 계속 방치된 채 세월만 지나다가 2010년대 들어 변화를 맞게 된다. 2011년부터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과 공·폐가 정비 사업이 진행됐고, 2014년 산복도로르네상스 시범 사업이 이루어졌다. 2015~17년에는 도시 활력 증진 지역개발사업에 선정돼 마을의 변화를 이끌었다. 덕분에 골목길을 정비하고 벽화도 그려졌다. 목공예, 닥종이공예, 사진, 영상, 서양화, 도자기, 통기타, 핸드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입주한 것도 이 무렵이다. ‘변호인’을 비롯한 여러 영화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고, 바다를 머금은 이색적인 마을 풍경에 여행객으로 넘치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 액자 포토존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정도로 인기다. ⓒ박준규

영화 '변호인' 촬영지 액자 포토존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정도로 인기다. ⓒ박준규


흰여울 야경과 풍성한 예술 체험

그러나 관광객이 떠난 저녁이면 마을은 다시 한적해진다. 진짜 흰여울마을 여행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망망대해에 불을 밝힌 배들이 모인 묘박지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벗 삼아 걷는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각종 벽화는 밤이면 더욱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 길목에 자리한 ‘흰여울 갈매기의 꿈(박경석 작)' 등 다양한 예술 조형물 덕분에 마을 전체가 야경 명소로 변신한다. 골목길 끝 이송도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피아노계단을 내려가면 밤바다가 아름다운 절영해안산책로로 연결된다. 파도소리가 배경음악처럼 잔잔히 깔리고 흰여울해안터널이 드라마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내부에 기념사진을 남길만한 포토존이 있지만 시선은 자연스레 밖으로 향한다. 형형색색 변화하는 터널과 남항대교의 조명, 도시의 야경이 오케스트라처럼 어우러진다.

관광객이 떠난 저녁 쯤이면 흰여울마을은 다시 고요에 잠긴다. ⓒ박준규

관광객이 떠난 저녁 쯤이면 흰여울마을은 다시 고요에 잠긴다. ⓒ박준규


망망대해에 불을 밝힌 배들이 모인 묘박지 야경. ⓒ박준규

망망대해에 불을 밝힌 배들이 모인 묘박지 야경. ⓒ박준규


흰여울터널 안에서 바라보는 남항대교 야경. ⓒ박준규

흰여울터널 안에서 바라보는 남항대교 야경. ⓒ박준규

문화 예술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시계 조형물이 인상적인 파란색 2층집 ‘촌장과 바다’는 차우석·손계정 작가가 운영하는 예술갤러리로 인증사진 명소이자 여행객을 위한 열린 공간이다. 차 작가는 여행객의 성향에 맞추어 붓으로 손글씨를 써 준다. 부산 여행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손 작가는 타로 상담사로 커플 여행객에게 특히 인기 있다.

파란 2층집 ‘촌장과 바다’는 예술갤러리이자 인증사진 명소다. ⓒ박준규

파란 2층집 ‘촌장과 바다’는 예술갤러리이자 인증사진 명소다. ⓒ박준규


'촌장과 바다'의 차우석 작가가 손글씨를 쓰고 있다. ⓒ박준규

'촌장과 바다'의 차우석 작가가 손글씨를 쓰고 있다. ⓒ박준규

김솔·히베 두 작가의 ‘흰여울갤러리 예술창고’도 흥미롭다. 서양화가 히베는 흰여울마을의 다양한 인물과 풍경을 붓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유화와 아크릴화로 그려낸다. 김솔은 부산의 제페토 할아버지로 통한다. 나무를 깎아 목각인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직접 시연한다. 관절 마디를 실로 촘촘히 연결한 인형이 마치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춤을 춘다.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동화 속 인형들이 눈앞에서 공연을 펼친다.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사하는 마법의 시간이다. 마리오네트 목각 인형극은 예약(인당 1만원) 후 관람할 수 있다.

'흰여울갤러리 예술창고'에 히베 작가의 그림과 김솔 작가의 목각인형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서로를 표현한 작품이다. ⓒ박준규

'흰여울갤러리 예술창고'에 히베 작가의 그림과 김솔 작가의 목각인형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서로를 표현한 작품이다. ⓒ박준규


김솔 작가가 직접 만든 목각인형으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박준규

김솔 작가가 직접 만든 목각인형으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박준규

마지막 일정으로 흰여울문화마을 맛집 ‘달뜨네’로 향했다. 가수 강다니엘이 찾아 더 유명해진 식당이다. 그가 맛본 고등어초회, 회밥, 청주를 묶어 ‘다니엘세트’(4만5,500원)로 판매하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맛뿐만 아니라 차림새도 예술작품이다. 오후 5~9시까지 영업하는데, 코로나19로 예약자에 한해 하루 세 팀만 식사할 수 있다.

'달뜨네' 식당의 고등어초회. 맛뿐만 아니라 데코레이션이 예술이다. ⓒ박준규

'달뜨네' 식당의 고등어초회. 맛뿐만 아니라 데코레이션이 예술이다. ⓒ박준규


'달뜨네' 식당의 회밥(1만2,000원). ⓒ박준규

'달뜨네' 식당의 회밥(1만2,000원). ⓒ박준규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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