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반 연애, 한번도 못 만난 인니 청년과 터키 여성
청년, 코로나에 걸리고 수중엔 2만원도 없지만
세 차례 시도 끝에 9000㎞ 떨어진 터키서 약혼식
이 남자 사랑에 빠졌다. 정작 2년반 연애하면서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연인은 8,900㎞ 떨어진 지구 저편 터키에 산다. 인도네시아 청년 왈리(27)는 "내 사랑, 내가 직접 가서 반드시 청혼하리라"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초 터키로 떠날 예정이었다. 하필 터키는 겨울이었다. 선천성 천식 질환을 앓고 있는 왈리는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미뤘다. 지난해 10월 다시 떠날 궁리를 했다.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항공편이 거의 막힌데다 비행기표 가격이 올라 감당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앞에서 욕하고 뒤에서 수군댔다. "돈도 없는 주제에 어디 외국까지 가서 여자를 만나냐", "인도네시아에 여자가 그렇게 없느냐". 악담도 퍼부었다. "외국인이랑 절대 결혼 못할 거야."
왈리 눈과 귀엔 연인 에다누르(22)의 낯만 보이고 목소리만 들렸다. 올해 초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긴 여정에 나섰다. 세 번째 도전이다. 고향인 수마트라섬 잠비에서 600여㎞떨어진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여비로 200만루피아(약 16만원)가 있었다.
터키로 떠나기 직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는 자카르타의 강제 격리시설인 크마요란 선수촌에서 열흘간 격리됐다.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검사 및 숙박 비용 등을 지불하고 나니 수중엔 우리 돈 2만원도 안 되는 20만루피아만 남았다. 공항 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왈리는 항의했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결과가 잘못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왈리는 펑펑 울었다. "알함둘릴라(알라를 찬양하라)." 그는 신에게 감사의 절을 했다.
마침내 이달 1일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터키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터키인은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며 왈리에게 터키 돈 100리라(1만5,000원)를 선물했다. 그리고 다음날 꿈에 그리던 연인과 그의 어머니의 환대를 받았다. 왈리의 정성에 감복한 에다누르의 부모는 즉시 결혼을 승낙했다. 5일 왈리는 터키에서 에다누르와 약혼식을 올렸다.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지 거의 4년만이다.
왈리의 분투는 그의 동생이 SNS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형과 함께 작은 카페를 하는 동생은 "욕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형의 노력과 성공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왈리의 사연은 여러 현지 매체에 실렸다. 사랑 참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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