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확보 테크노폴리스 부지 골머리
계명대, 자율자동차 주행성능시험장 등 설치
경북대는 부지조차 다 매입 못 하고 있어
지역대학의 대구테크노폴리스 ‘달성캠퍼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말이 나온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매입한 부지를 운동장으로 쓰거나 지역민들의 ‘텃밭’으로 방치되고 있다. 교육 및 연구·개발의 중심은커녕 발목만 잡는다는 지적이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용리 왕복 6차로의 테크노순환로 동쪽 ‘경북대 달성캠퍼스’ 예정지. 대구 달서구 대구수목원에서 시작하는 테크노폴리스로가 끝나고 시작하는 테크노순환로 시작 지점에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중에서 대구 도심과 접근성이 가장 종은 곳이다. 동쪽으로는 비슬산 정상 천왕봉이 보이고, 테크노순환로를 마주 보며 아파트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입지상으로는 대구테크노폴리스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9일 낮 찾아본 경북대 달성캠퍼스 부지는 ‘연구·개발(R&D)의 중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법 경작과 쓰레기가 난무했다. 나무 말뚝을 박고 모기장 같은 것으로 구획을 나눠 파 마늘 고추 배추 호박 등 온갖 농작물을 재배한 흔적이 역력했다. 부지 곳곳에 플라스틱 물통이나 녹슨 드럼통 등이 방치돼 있었다. 썩은 호박도 나뒹굴었다. 부지 곳곳에 내걸린 경북대 총장 명의의 불법경작금지 경고판과 현수막을 비웃는 듯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500여m 거리엔 테크노순환로를 마주 보고 계명대 달성캠퍼스가 나온다. 서쪽 캠퍼스엔 자율자동차 주행성능 시험장, 미래형자동차 혁신 아카데미 등이 입주해 있다. 하지만 반대쪽 부지는 운동장과 주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불모지 같은 경북대 달성캠퍼스에 비하면 낫지만, 아직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계명대는 2009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8만4,689㎡를 매입했다. 이곳에 대학원 및 학부 일부를 옮겨 교육 및 연구 중심으로 활용키로 했지만 ‘교육’ 기능 확보는 요원해 보인다.
대학 측은 2013년 스포츠과학연구센터, 산학과학기술센터 등을 준공했다. 또 2016년엔 연구동과 실험동을 준공했고, 지난해에는 자율자동차 주행성능시험장, 소운동장, 게이트볼장 등을 신설했다. 올해는 교육실습동 등을 신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 단과대학이나 대학원 그 누구도 달성캠퍼스로 가겠다는 곳은 없다.
경북대는 아직 부지조차 다 매입하지 못했다. 대학 측은 2009년 말 LH와 4개 블록 29만㎡를 매입하기로 협약했지만, 지금까지 학교발전기금 등을 활용해 1개 블록 8만5,000㎡를 145억 원에 매입하는데 그쳤다. 나머지 부지는 현실적으로 매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교지 매입용 학교발전기금이 동난 데다, 교육부도 더는 국립대 학교용지 매입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활용 방안도 불투명하다. 부지매입 양해각서 체결 당시 수의대 이전설 등이 나왔지만,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과 교수 학생들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이미 매입한 땅도 황무지로 방치되는 이유다. 공대 등 다른 단과대학에 대해서도 수요조사를 했으나 모두 “충분한 기반이 갖춰지면 이전할 의향이 있다”고 사실상 이전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학은 물론 대구시와 달성군도 속을 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2000년대 초 유가·현풍면 일대에 대구테크노폴리스를 조성, 지역 연구·개발의 중심축으로 육성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도 설립됐다. 디지스트를 중심으로 종합대학인 경북대와 계명대 캠퍼스를 유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역산업계에 디지스트가 큰 기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경북대 계명대 달성캠퍼스도 안착하지 못하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당 부지를 조성원가에 공급하기로 한 LH도 난처해졌다. 원 부지를 매입해 기반시설공사까지 다 마쳤지만, 경북대 측이 매입하지 못하고 있어 거액의 자금이 묶였기 때문이다.
경북대는 국가산림위성정보센터 등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해 달성캠퍼스를 활성화하기로 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유치하면 남은 부지는 LH와 분할 납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입한다는 복안이다.
지역 대학가 관계자는 “가면 갈수록 교육 및 연구·개발 기능이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지방에선 대도시 선호 현상이 심화해 ‘달성캠퍼스’ 정상화를 자신하기 어렵게 됐다”며 “대학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