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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학폭' 사태에 팬들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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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학폭' 사태에 팬들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입력
2021.02.17 04:30
수정
2021.02.17 09:4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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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지하철 역에 설치된 흥국생명 배구단의 광고. 뉴스1

서울 시내 한 지하철 역에 설치된 흥국생명 배구단의 광고. 뉴스1


“흥국생명은 아직도 쌍둥이 자매를 포기하지 않았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계략이다.”

이재영·다영(25·흥국생명) 자매의 학교 폭력 사태로 촉발된 배구 팬들의 분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배구전문 온라인 커뮤니티는 15일 하루에만 무려 8,500여 개의 관련 게시물로 도배됐다. 포털사이트의 해당 기사들에도 수천 개씩 성난 댓글이 달리고 있다. 현재 진행된 징계 수위에 대해 미흡하다는 불만이 높은 데다, 논란 이후 해당 선수의 미흡한 사과 등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무기한 출장 정지’ 자의적 해석 여지 많아

흥국생명은 논란이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난 15일에야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 이재영·다영 자매에 대해 ‘무기한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무기한’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언제든지 배구계에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다는 것.

이전에도 배구계에는 ‘무기한 출장 정지’ 혹은 ‘무기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적이 있다. 2017년 12월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7~18시즌 V리그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경기에서 최악의 오심이 나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재경기’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사태가 커졌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오심을 인정하고 당시 경기 주ㆍ부심이었던 A, B씨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지만, 현재 A씨는 경기위원으로, B씨는 리그 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2009년 당시 국가대표 C코치는 선수 구타 사건으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해설위원을 거쳐 현재 프로구단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한 배구계 관계자도 “무기한이라는 단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리그 막바지에 팀당 5~7경기씩만 남겨둔 상황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 징계”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차라리 ‘OO경기 이상 출전 금지’ 등으로 명확히 못을 박는 게 나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대표 자격 제한, 징계 맞나?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 제한’ 역시 징계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주전인 이재영과 이다영은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라며 ‘무기한 국가대표 선발 제외’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 대표팀 구성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또 최근 정상급 프로선수들은 프로 경기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에 국가대표로 활동하는데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개인 체력 및 부상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영의 경우 2017년 국가대표 차출 거부 등으로 김연경과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동료들에 공식 사과 없어

‘학폭’으로 번지긴 했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은 소속 팀원들과의 불화다. 당사자들을 제외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이번 논란의 가장 큰 피해 집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쌍둥이 자매는 동료들에게 공식적 사과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리그 1위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의 팀워크는 완전히 깨졌고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흥국생명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지만 봄 배구에 진출하더라도 과연 어떤 경기력을 펼칠지 의문이거니와 그 과정에서 남은 선수들이 견뎌내야 할 심적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이다영은 학폭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한 직후, 김연경을 SNS에서 ‘언팔’(팔로우 해제)하며 사태의 원인을 팀원들에게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사과 및 자기반성에 진정성이 있는지 팬들의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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