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그 배경 짚어보니
'같은 사람 맞나요?'
tvN 예능프로그램 '윤스테이'에 나오는 '벨보이' 최우식을 두고 온라인에 올라 온 주된 반응이다. 영화 '기생충' 제작발표회나 심지어 지인과 함께 출연한 예능('여름방학'·2020)에서도 쭈뼛쭈뼛하며 어눌해 보였던 배우가 외국인 손님을 맞을 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능청 청년'으로 확 돌변해서다.
"저수지에서 수영할 수 있냐고요? 할 수는 있는데 돌아오진 못 할거예요." '윤스테이'에서 최우식은 생면부지의 외국인에 영어로 천연덕스럽게 농담도 건네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꽁꽁 얼어 붙은 분위기에 군불을 댄다.
최우식이 한국어로 손님을 맞을 때도 이렇게 사교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최우식은 초등학생 때 캐나다로 떠나 학창 시절을 현지에서 보냈다. '윤스테이' 제작을 총괄하는 나영석 PD는 15일 "(최)우식이가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영어를 쓰면 그 유쾌하고 활발했던 청소년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언어는 곧 생활방식이고, 언어가 바뀌면 사람도 달라지기 마련. 최우식은 그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면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또 다른 '나'를 보여준다. '능청 우식', 외국어가 일깨운 '부캐'의 탄생이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김신영이 오리 백숙집을 운영하는 70대 다비 이모로 B급 설정을 앞세워 새로운 페르소나를 보여준 것과는 결이 다른 부캐의 구축이다.
부캐 열풍이 거센 요즘, 외국어로 또 다른 나를 보여준 스타들이 주목받고 있다. 신비로우면서도 그늘진 이미지가 강한 신세경은 영어로 말할 때 '놀 줄 아는 언니'로 바뀌어 인기다. 최근 종방한 드라마 '런 온'과 예능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2019)에서 그는 격의 없이 영어로 사람들 앞에 서 그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당당하면서도 자유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당당 세경', 외국어 부캐에 대해 신세경이 본보에 들려준 생각은 이랬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 스스로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어릴 때 정말 흥미를 붙이고 공부를 해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어 제2의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부캐 유행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나만의 부캐, 대체 자아를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시대"(토드 허먼 '알터 에고 이펙트')에 외국어를 통한 스타들의 부캐 구축 노력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엔 해외 진출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예인들이 전략적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분위기"라며 "기존의 나를 낯설게 하는 외국어 부캐의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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