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대신 온택트 차례·영상 세배
부모님이 보내는 유튜브 영상 편지도 등장
코로나19가 바꾼 명절 연휴 풍경
'영업시간 제한' '5인 이상 집합금지'... 불과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의 일상을 회상하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밖을 나서는 건 이제 꿈도 못 꾼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에도 코로나19 확산은 진행 중이다. 명절 연휴를 상징하는 키워드 또한 '민족 대이동' 대신 '고향 방문 자제'가 차지한 지 오래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 이들은 영상통화로나마 부모와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세배를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자식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촬영하고, 차례도 성묘도 '온택트'로 치른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조성준씨 역시 이번 설에 고향 방문 대신 '온택트 귀성'을 선택했다. 조씨는 연휴 전날인 10일 부인과 아들, 딸과 함께 광주광역시에 계신 어머니에게 영상 세배를 했다. 모니터 속 어머니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손주들의 새해 인사를 받으며 기뻐하면서도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명절인데 혼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해 안타깝지만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시기라 조심스러워 집콕을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좀 잠잠해지면 그때 찾아뵐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향 방문을 하지 못하는 자식들을 위해 고향의 부모가 영상편지를 보내는 '온택트 역귀성'도 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한 데 모여 자식들에게 보내는 영상 인사를 촬영한 뒤 지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고향에서 온 영상편지'가 대표적이다. 전남 담양군이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서 마을 어르신들은 자식들에게 고향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유튜브뿐 아니라 SNS에서도 비슷한 역귀성 영상이 등장해 화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등장한 '고향 방문 자제' 현수막도 재치 넘치는 문구가 등장하는 등 점차 진화하고 있다. 강원 동해시는, 국도변에는 '고속도로 막는다고 행여 국도로도 오지 마오'라고 적은 현수막을, 고속도로에는 '님하 동해·망상IC를 지나지 마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명절이면 가족들이 함께 공원묘지를 찾아 조상을 찾아 성묘하는 모습이 흔했지만, 코로나19 시대 성묘는 제약이 많다. 전국 대부분의 공원묘지들은 설 연휴 추모객들로 밀접 밀집이 불가피한 납골당은 폐쇄하고, 실외 성묘 또한 4인까지만 허용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특별방역 조치의 일환이다.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은 아예 사이버 추모의 집을 개설하고 온라인 성묘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한편, 설 연휴 기간 고향이나 휴양지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랜선 체험' 콘텐츠도 등장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설 연휴 기간인 11일부터 14일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는, 총 35편의 영상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전국 국립공원 등 대표적인 명소 소개 영상 29편과 겨울 풍경을 소리와 함께 담은 겨울철 자연치유 소리 영상(ASMR) 6편 등으로 구성됐다. 영상 콘텐츠는 국립공원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국립공원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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