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자주 꺼져... 자동점화장치 설치
市 "5년간 탈 매장량 확인됐지만 장담 못해”?
이미 관광명소로 알려져… 대책 마련에 고심
4년째 활활 타던 경북 포항의 천연가스 불꽃이 툭하면 꺼지고 있다. 포항시는 가스불에 계란을 삶아 내는 장치를 설치해 관광명소화 했지만, 불이 자주 꺼지자 자동점화장치를 달고 되살리기에 나섰다.
11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시비 1,300만원을 들여 남구 대잠동 ‘불의 정원’ 안에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25㎝인 정육면체 형태의 자동점화장치를 설치했다. 두 달 전부터 천연가스 불꽃이 자주 꺼졌고, 불이 꺼질 때마다 시청에 민원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불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일시적으로 꺼졌다가 다시 붙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됐다. 그 때마다 포항시 공원관리소 측이 나서 가스 토치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꺼지는 횟수가 늘고 야간에는 곧바로 대응하기 어렵자, 자동점화장치를 달기로 했다.
포항 천연가스 불꽃은 2017년 3월 8일 옛 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던 중 발생했다. 공원 조경수에 공급할 지하수를 찾기 위해 굴착하던 중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당시 장비에 타고 있던 공사업체 관계자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장시간 진화 작업을 펼쳤지만, 불길은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거품 소화액을 퍼붓고 흙으로 덮었지만 더욱 활활 타오르기만 했다. 불을 끄기 위해 원인을 찾던 중 오랜 시간 철길로만 이용돼 가스배관이 전혀 없다는 사실과 함께 천연가스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포항시 의뢰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서 현장을 찾아 조사한 결과 천연가스로 확인됐다. 여기에 가스전 불길이 길어도 2,3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다섯 달이 지나서도 불꽃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비가 쏟아져도 오히려 거세지기만 했다. 포항시는 오랜 고민 끝에 역발상으로 가스전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발견 당시 현장을 그대로 두고 3,000만원을 들여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고, 1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일대를 ‘불의 정원’으로 꾸몄다. 국내서는 보기 어려운 천연가스전을 홍보하기 위해 불꽃에 음식물을 조리할 수 있도록 쇠기둥을 박고, 멀리서도 조작할 수 있는 지름 40㎝의 냄비를 달아 달걀을 삶아 나눠주기도 했다.
포항시가 애써 관광자원으로 만든 천연가스 불길이 꺼지기 시작하자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가스전 인근 3곳을 굴착해 매장량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자동점화장치만 있으면 앞으로 5년 이상은 충분히 불꽃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포항시는 이전에도 3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던 불이 4년째 활활 타오르자, 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항시 관계자는 "땅 속이다 보니 전문가들이 조사해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이미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어 가스가 바닥난다면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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