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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 “조만간 컵 하나 들어올리자는 이영표 대표의 진심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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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 “조만간 컵 하나 들어올리자는 이영표 대표의 진심 느꼈다”

입력
2021.02.10 14:4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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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과 4년 재계약 뒤엔 이영표 설득이 한 몫
3년 전 부상 때 지켜준 강원·김병수 감독에도 애정
“나았단 생각 들어도 더 시간 갖으라고 다독여”
“돈보단 로맨스…필드서 축구로 가치 증명할 것”

강원FC의 한국영이 5일 2차 전지훈련장 인근에 위치한 경남 양산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강원FC의 한국영이 5일 2차 전지훈련장 인근에 위치한 경남 양산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이영표 대표가 ‘빠른 시간 안에 컵 하나 들어 올려야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구단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믿음이 생겼죠.”

올 겨울 K리그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강원FC 한국영(31)의 잔류였다. 계약 만료를 앞둔 한국영은 국내 주요 구단은 물론, 일본, 중동 등 10여곳에서 ‘러브 콜’을 받았다. 대부분 강원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나이를 고려할 때, 축구 선수로서의 마지막 계약일 수도 있었다. 상복이 없던 그로서는 우승 가능성이 더 높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한국영은 강원을 택했다. 서른 다섯까지 강원에 남기로 계약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주요 선수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강원의 팬들은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켰다”며 환호했다.

한국영은 최근 2차 전지훈련 기간 동안 머무르고 있는 경남 양산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만나 “사실 생각이 많았고, 나이 때문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적이 선택지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가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했다.

그랬던 한국영을 붙잡은 건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의 설득이었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돈이 있는 클럽이 이적료를 주고 사가는 게, 어찌 보면 시·도민 구단의 현실이잖아요. 그런데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올해는 조금 어렵더라도, 그래도 빠른 시간 안에 컵 하나 들어 올려야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한마디 한마디 진심이 느껴졌어요. 팀을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고 싶어하는구나. 구단의 미래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게 전해졌어요. 저 역시 그런 것들에 동의했던 것 같아요.”


강원FC의 한국영이 지난달 21일 부산 기장 월드컵빌리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강원FC의 한국영이 지난달 21일 부산 기장 월드컵빌리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강원FC 제공


큰 부상을 당했던 3년 전 자신을 지켜준 강원과 김병수 감독에 대한 애정도 재계약을 선택한 큰 이유였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은 2017년 7월 강원에 입단하기 전까진 K리그 경험이 없었다. 일본, 카타르 등 해외 경험만 있는 상태에서 군 입대를 위해 잠깐 들어온 게 강원이었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단할 생각이었지만, 큰 부상이 그를 덮쳤다. 결국 입대는 면제됐고, 강원은 갈 곳 없던 그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며 재활치료를 도왔다.

김병수 감독을 만난 것은 치료를 어느 정도 마친 이듬해 10월이었다. 팀에 합류한 한국영의 마음은 조급했다. 너무 오래 쉰 것 같았다.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타일렀다. 가난하고 열악했던 시절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김 감독은, 한국영 본인보다 더 많이 그의 몸을 챙겼다. “사실 무리해서라도 빨리 복귀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부상당한 선수의 마음을 잘 알았고 있었어요. ‘더 여유 있게, 완전히 낫고, 완전히 나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더 좋아진 다음에 복귀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서두르지 말라고 진심으로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저도 믿음을 가지고 재활을 할 수 있었어요”

빌드업과 점유율로 경기를 운영하는 ‘병수볼’에 대한 애정도 깊다. 한국영은 “같이 축구를 하면서 저 역시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았다. 사실 다른 것들이 좋아도 축구적으로 조금이라도 아쉬움이나 불만이 있으면 다른 팀에 가고 싶다고 갈등을 했을 텐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영은 자신의 선택을 로맨스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프로라는 세계가 돈으로 움직이고, 돈 때문에 선수가 팀을 떠나기도, 돈으로 선수를 데려오기도 하는데, 스포츠 안에서도 어느 정도의 로맨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벌써부터, 한국영에게 ‘원 클럽 맨’ ‘강원의 레전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많아 팀에서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도 많아졌다. 한국영은 축구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팀에게 부담을 주긴 싫어요. 공정하게 내부에서 경쟁하고, 피치에 나갔을 때는 100% 쏟아 붇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운동장 안에서 다 증명을 해 보여야 해요. 최대한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어요.”

양산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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