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계의 반발을 사던 정부의 고분양가 심사 제도가 대대적으로 손질된다. 재건축 조합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불투명한 심사 기준은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했으며,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분양가에 반영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당장 상반기 분양을 준비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일정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9일 그간 운영했던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2일부터 분양보증을 받는 사업장부터 적용되며,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 외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정비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다.
HUG는 개정 후에도 이른바 '로또 분양'은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분양가 심사 시 '주변 시세의 85~90%까지'를 상한으로 고려하고, 분양가 등락에 따른 리스크 관리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비교대상 사업장을 분양중인 사업장과 준공된 사업장 한 곳씩으로 각각 선정해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 상황을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세와 분양가 간의 과도한 가격 차이를 방지하겠단 것이다.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분양가 심사 기준도 객관화된다. 그간 비교사업장을 선정할 때 △입지 △단지 규모 △브랜드로 구분해 평가하고, 보증신청 사업장과 2개 항목 이상이 유사한 단지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평가기준을 △입지 △단지 특성 △사업 안정성으로 하고, 주변 사업장을 항목별 점수로 평가해 총점 차이가 가장 적은 분양 또는 준공 사업장을 비교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그간 비공개였던 심사 기준도 공개된다. 그간 HUG는 대략적인 심사 가이드라인만 공개했으나, 앞으로는 심사 기준을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또 심사 수행 주체도 지역 영업점에서 본사로 옮겨간다. HUG는 이를 통해 고분양가 심사 금액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을 과열된 분양시장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 시장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공급 불안과 기존 집값 급등 때문인데, 고분양가 개선만으로 시장이 가라앉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상반기에 분양을 준비했던 사업장들은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광 HUG 사장은 "분양가가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지역은 적절한 공급 유인으로, 시세보다 분양가가 과대 산정된 지역은 과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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