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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라지고 싶었지만 살아지고 있었어" 달수빈 성장의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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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라지고 싶었지만 살아지고 있었어" 달수빈 성장의 '사인'

입력
2021.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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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수빈이 신곡 '사인'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 친동생이 직접 찍어줬다고 한다. 수빈은 "제가 업어키웠죠, 동생을"이라며 웃었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가수 수빈이 신곡 '사인'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 친동생이 직접 찍어줬다고 한다. 수빈은 "제가 업어키웠죠, 동생을"이라며 웃었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수빈(26)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아이돌그룹 달샤벳 멤버로 활동했다. 시끌벅적했던 팀 생활을 접고 2019년 홀로서기에 나서자 슬럼프가 찾아왔다.

홀로 회사(수빈컴퍼니)를 꾸리며 마음고생도 한 수빈은 지난해 봄에 낸 노래 '다이브(Dive)' 표지에서 양팔로 무릎을 꼭 껴안은 채 시퍼런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다.

수빈은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사라지고 싶었지만, 살아지고 있었어." 수빈은 직접 가사를 쓴 뒤 이렇게 노래했다.

"슬펌프에 빠졌을 때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게 됐어요. 다이빙하면서 모든 걸 잊고 싶어 바다에 뛰어드는 것 같아도 막상 물에 빠지면 살려고 발버둥 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건 한편으론 잘살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속 품었던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잘 살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으로 곡을 썼죠." 최근 전화로 만난 수빈의 말이다.

2011년 달샤벳으로 얼굴을 알린 수빈은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다. 그에게 뜻깊은 해, 수빈은 성장통을 딛고 다시 무대로 나섰다. MBN 음악 경연 프로그램 '미쓰백'에서 직접 편곡하고 무대 디자인까지 해 프로듀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빈은 지난해 11월 4중 추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졌다. 한동안 몸이 불편했지만, 무대에 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금씩 잊혀 가는 여자 아이돌 출신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진심이란 걸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수빈의 노력과 편곡 능력을 높이 산 작곡가 빅싼초는 수빈에 노래 '사인(Sign)'을 선물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사인'은 리듬앤블루스(R&B)를 기반으로 한 댄스곡으로, 피아노 연주에 맞춘 발라드('눈 닮은 눈'·'다이브')곡을 주로 냈던 수빈이 솔로 활동에서 그간 선보이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다. 낮고 차분한 비트가 수빈의 중저음 목소리의 매력을 빛낸다는 평. 수빈은 "내가 본 나가 아닌, 타인이 본 내 모습이 담긴 노래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수빈은 1인 회사 '수빈 컴퍼니'를 차렸다. 직접 사업자등록증도 받았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수빈은 1인 회사 '수빈 컴퍼니'를 차렸다. 직접 사업자등록증도 받았다. 이미지나인컴즈 제공


달샤벳으로 활동하며 그간 주목받지 못했지만, 수빈은 중학생 때부터 작곡을 배웠다. 작곡가를 꿈꾸던 친동생 영향이 컸다. 수빈은 친동생이 마련한 장비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선 실용음악과 친구들과 더욱 가깝게 지내며 창작에 더욱 불을 지폈다. 1970년대 활동했던 미국 팝 록 밴드인 스리 도그 나이트의 의 '언 올드 패션드 러브 송'을 즐겨 듣던 어머니 맡에 자란 수빈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아이돌그룹 활동을 하면서 작곡에 대한 갈증이 커졌던 것 같아요. 이미지가 주로 소비되다 보니 제 음악적인 부분을 더 드러내고 싶은 바람이었던 거죠. 그래서 2015년 달샤벳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도 프로듀싱을 맡게 된 거고요."

광주 출신인 수빈은 가수가 되기 위해 고등학생 때 홀로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시원에서 지냈고, 월세가 떨어져 방을 나와야 했을 땐 24시간 영업하는 햄버거 프렌차이즈 가게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다. 목욕이 필요할 때면 돈을 모아 찜질방에 가 몸을 씻고, 몸을 누이곤 했다.

"고시원에서 생활할 땐 오히려 위로가 됐어요. 다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힘들었던 건 서울 생활이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었죠. 모델로 일하다 연습생이 됐고, 그러다 1년 만에 달샤벳으로 데뷔했죠."

수빈은 솔로 활동 때 '달수빈'으로 활동한다. 달샤벳의 첫 글자 '달'을 이름 앞에 붙였다. 수빈은 "가장 나 다운 이름"이라고 했다. 달샤벳 없이는 수빈도 없었다는 믿음에서다. 그에게 지우고 싶은 과거는 없다. 되레 상처까지 사랑했다. "그간 살아온 인생이 너무 좋다"는 그의 말엔 구김살이 없었다.

"최근 성수동에 한 평 남짓의 작업실을 구했어요. 곡 작업할 때 쓰는 장비 다 가져다놨죠. 이젠 방음이 잘 돼 눈치 보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론 '미쓰백'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새로운 작업을 해볼 생각입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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