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가 피해자 살해"... 김씨, 무죄 주장
수년전 해외서 범행... 증거 부족했지만
공범 윤씨 태국 현지 법정진술 증거 채택
도박사이트 프로그래머 살해 주범 가려내
태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고용한 한국인 프로그램 개발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직폭력배 김모(37)씨가 1심에서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6년 전 해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김씨 등 공범 2명이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겼지만, 법원은 공범의 태국 현지 법정 진술 등을 토대로 김씨를 주범으로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양철한)는 8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국내 폭력조직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던 김씨는 2015년 11월 20일 태국 파타야에서 선배 윤모씨와 함께 자신이 고용한 도박사이트 프로그램 개발자 임모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김씨는 범행 후 베트남으로 도피했다가 붙잡혀, 2018년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공동강금·강요 혐의와 관련해서만 이미 징역 4년 6월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인 상태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범으로 적시된 김씨와 윤씨 중 누가 결정적으로 임씨를 사망에 이르도록 했느냐였다. 하지만 △범행이 수년 전 해외에서 이뤄진 점 △범행에 제3자가 개입하지 않은 점 △결정적 가해행위를 누가했는지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이 재판의 '난제'였다.
태국 현지에서 임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온 김씨와 윤씨는 임씨가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려 하자, 임씨를 차량에 태워 파타야로 떠났다. 이동 중에도 방망이, 전기충격기 등으로 임씨를 폭행했다. 그런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임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범'과 관련해선,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라고 하면서 책임을 돌렸다. 윤씨는 범행 직후 자수한 뒤 주범이 김씨라고 주장했으나, 태국 현지 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김씨와 임씨가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점 △김씨가 도피한 뒤 국내에 머무는 지인들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점 △윤씨는 즉각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주범은 김씨"라고 판단했다. 김씨가 범행을 했다고 볼 만한 직접 증거는 부족했지만, 윤씨 진술과 김씨 주변인들의 진술 등 간접 증거의 신빙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윤씨의 법정 진술이 직접 이뤄지진 못했지만, 태국 현지 법정에서 했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됐던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는 범행 후에도 사체를 유기한 뒤 수년간 도망했고, 책임 전부를 공범인 윤씨에게 미루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중형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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