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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단합... 코로나가 바꿔 놓은 '슈퍼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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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단합... 코로나가 바꿔 놓은 '슈퍼볼 광고'

입력
2021.0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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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 전광판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영상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탬파=EPA 연합뉴스

7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볼 경기 전광판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영상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탬파=EPA 연합뉴스

#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로큰롤의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1980년식 지프 차량을 타고 한적한 시골 마을을 달린다. 그가 향한 곳은 미국의 지리학적 정중앙인 캔자스주(州) 레바논에 위치한 작은 교회. 독백이 이어진다. “우리는 산 정상에 도달할 수 있고 사막을 통과할 수 있으며 분열도 건널 것이다. 빛은 항상 어둠을 뚫고 나아갔다. 그리고 그 길에 희망이 있다.”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서 나온 자동차 브랜드 지프의 광고다. 2분짜리 영상에는 새 제품에 관한 언급도, 심지어 차량 모습도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대신 71세의 록스타는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단합을 이야기 한다.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지난달 워싱턴 국회의사당 침탈 사태 등 ‘국난’은 슈퍼볼 TV 광고도 바꿔놨다. 매년 미국에서만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경기를 TV로 시청한다. 작전 타임이나 휴식시간마다 나오는 광고 역시 ‘황금 광고판’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았다.

슈퍼볼에 나온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지프 광고. 유튜브 캡처

슈퍼볼에 나온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지프 광고. 유튜브 캡처

때문에 슈퍼볼 광고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각축장이나 다름 없었다. 550만달러(약 61조원) 안팎의 ‘억’소리 나는 돈을 들여 자사 신제품을 독창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제품을 앞세우기보다 희망 메시지를 전하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이유는 하나, 코로나19와 의회 난입 사태로 지친 미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감염병과 정치 위기로 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마케팅 책임자들은 시청자들이 불안을 벗어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웃도어업체 배스프로샵은 “힘든 시기에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자연이 필요하다. 도전은 지나갈 것”이란 문구를 내보냈고, 올해 처음 슈퍼볼 광고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는 방영 52주년을 맞은 최장수 어린이프로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를 불러왔다. 이들이 키친타월이나 쿠키 등의 상품을 배달해주는 내용으로 향수와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접목시켰다는 평이다. 앞서 미 CNBC방송은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콜로니의 설문조사를 인용, 응답자의 81%가 ‘재미있는’ 슈퍼볼 광고를, 36%는 ‘따뜻한’ 광고를 원했다고 밝혔다. 벤 그레이브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브랜드센터 소장은 “올해 슈퍼볼은 여러 측면에서 휴식처”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부부도 이날 슈퍼볼 개막 전 방영된 사전 녹화 영상에서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당신들이 없으면 해낼 수 없었다”면서 일선 현장의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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