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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요 CEO' 유해진이 남한산성 공방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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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요 CEO' 유해진이 남한산성 공방 찾은 이유

입력
2021.02.13 1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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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
대학로서 쌓은 손재주... 안경·구두 만들기 도전
"연극할 때보다 지금이 스트레스 많긴 하지만..."

배우 유해진이 지난달 경기 광주의 작은 공방에서 직접 만든 의자를 보며 웃고 있다. 그는 지난달 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 촬영을 위해 여러 공방을 돌며 협탁과 구두, 안경 등을 만들었다. KBS 제공

배우 유해진이 지난달 경기 광주의 작은 공방에서 직접 만든 의자를 보며 웃고 있다. 그는 지난달 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 촬영을 위해 여러 공방을 돌며 협탁과 구두, 안경 등을 만들었다. KBS 제공


지난 추석은 '테스형' 나훈아가 '대한민국 어게인' 공연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면, 이번 설 안방극장에선 유해진을 깜짝 스타로 주목할 만하다.

유해진은 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14·21일 오후 9시40분)로 설 연휴에 소소하게 만들며 느끼는 행복을 전한다. 스크린을 주로 누비는 그가 방송사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는 데뷔 23년 만에 이번이 처음.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기 위한 슬기로운 취미 생활로 차분하게 손으로 직접 물건을 만들며 복잡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공방이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가운데 '연예계 맥가이버'라 불리는 유해진이 직접 공방 체험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배우 유해진이 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에서 직접 신발 밑창을 다듬고 있다. KBS 제공

배우 유해진이 KBS1 설특집 '핸드메이드'에서 직접 신발 밑창을 다듬고 있다. KBS 제공


굵은 함박눈이 쏟아지던 지난달 중순 어느 날, 유해진은 경기 광주 남한산성 중턱에 올랐다. 목재에 홈과 촉을 만들어 끼워 맞추는 짜맞춤 가구를 만드는 작은 공방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공방을 찾은 유해진은 작은 탁자 만들기에 나섰다. 마침 그의 집 침대 옆에 놓을 협탁이 필요했던데다 가구 공방에 처음 간 이들이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가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단하고 묵직한 원목(화이트 오크)을 달래 정식으로 가구를 만드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유해진은 실톱으로 한 시간 내내 톱질만 하며 진땀을 뺐다.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을 때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있었어요. 한 걸음도 떼기 힘들고... '힘 빼!'란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목공을 하며 유해진이 하며 털어놓은 속 얘기다.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2019)에서 배우 유해진이 직접 만든 와인꽂이. 오른쪽 하단에 'IKEYO BLACK'이란 영문이 적혀 있다. 생활용품 및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이름을 본 따 만든, 그의 브랜드 이케요의 프리미엄 라인이었다. tvN 방송 캡처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2019)에서 배우 유해진이 직접 만든 와인꽂이. 오른쪽 하단에 'IKEYO BLACK'이란 영문이 적혀 있다. 생활용품 및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이름을 본 따 만든, 그의 브랜드 이케요의 프리미엄 라인이었다. tvN 방송 캡처


"지금까진 막 톱질만 했다"는 그의 엄살과 달리, 유해진은 실제로 무명시절을 손재주로 버텼다. 고2 때 배우가 되겠다고 고향인 청주의 한 극단에 들어간 뒤 서울로 상경, 극단 목화 등에서 30대 초반까지 무대와 소품을 제작했다. 유해진이 충남 조치원의 공장에서 비데 조립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 당시 유해진과 같이 공장에서 일한 동료는 류승룡이었다. 유해진에 목공 등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된 배경이다.

그런 유해진은 2019년 스페인까지 가 운영한 하숙집('스페인 하숙')에서 식기 건조대를 비롯해 와인꽂이까지 제작했다. 생활용품 및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 이케아의 이름을 본 따 만든, 그의 브랜드 '이케요'도 이때 나왔다. 소비만 하다 직접 생산을 하며 얻는 자립의 기쁨, 시청자는 유해진이 느낄 '손맛'을 대리만족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설을 앞두고 유해진은 '핸드메이드'에서 시계와 안경, 구두도 만들었다. 사포로 원목을 다듬고 한땀 한땀 바늘로 가죽을 꿰면서 그는 자신 그리고 타인의 삶을 만났다.

"아버지가 시계에 밥 줬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은 시계였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에 대한 그런 향수가 있죠. 연극을 할 때보단 지금이 스트레스가 많기는 한데, 이렇게 쓱싹쓱싹 사포질 소리, 뚝딱뚝딱 망치 소리를 들으며 만드니 묘하게 힐링이 되네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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