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더 무서운 뇌전증, 약만 잘 먹으면 70~80% 정상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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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더 무서운 뇌전증, 약만 잘 먹으면 70~80% 정상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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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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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만명 뇌전증으로 치료 받아

편견이 심한 질병인 뇌전증은 약만 잘 복용하면 70~80%의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전증(腦電症ㆍepilepsy)은 사회적 편견이 심한 병이다. 특유의 경련과 흥분 상태 탓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병명을 ‘간질’에서 이같이 바꿨다. 심심찮게 ‘뗑깡부리다’라는 말도 일본의 예전 뇌전증 병명인 ‘뗑깡(癲癎)’에서 유래됐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온몸이나 팔다리가 굳어지면서 규칙적으로 떠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이 돌아가거나 거품을 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입안에 분비물이 많이 생기며, 멍해지기도 한다.

국내에서 뇌전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8년 29만7,635명으로 실제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뇌 질환 가운데 치매(70만명), 뇌졸중(60만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2월 8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인종ㆍ연령ㆍ국가ㆍ지역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흔한 신경계 질환이지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뇌전증에 걸린 사람도 얼마든지 지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며 “실제 율리우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알렉산더 대왕, 도스토예프스키, 단테 등 세계적인 위인들도 뇌전증 환자였다”고 설명했다.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로 인해 뇌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비정상적 뇌파 때문에 발생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뇌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 발작이 나타난다.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수히 많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뇌전증 원인은 유전ㆍ분만 중 뇌 손상ㆍ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ㆍ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을 때ㆍ뇌종양ㆍ뇌졸중ㆍ뇌혈관 기형ㆍ뇌 속 기생충 등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뇌전증 진단은 발작에 대한 병력 청취로 시작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발작에 대한 진술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가 기억하기 어려우므로 주변인의 진술과 동영상 촬영이 도움이 된다. 또한 동반 질환이나 가족력,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신경 결손을 확인한다. 뇌파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신경영상 검사로 뇌전증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다.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을 때가 많지만 최근 다양한 진단적 기법이 개발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길이 열렸다.

◇발작 수 차례 반복되면 응급실 찾아야

뇌전증 발작이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죄는 벨트ㆍ넥타이 등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 특히 숨을 제대로 쉬도록 기도를 막히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에 이물질이 있으면 반드시 단단한 기구를 사용해 빼내야 한다.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다간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폐색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발작이 생겼다고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 차례 이상 발작이 계속 반복되거나 의식의 회복 없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전증지속증’이라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약물ㆍ수술 치료로 대부분 정상생활

뇌전증 치료는 약물과 수술 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임희진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寬解)된다”며 “따라서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최소 2~5년 이상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최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메커니즘의 항뇌전증 약물이 나왔다.

뇌전증 환자의 30% 정도는 약물로도 발작이 제어되지 않아 사회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된다. 이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윤호 교수는 “최근 뇌전증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수술 후 뇌전증 조절률이 높은 일부 질환은 조기에 수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 원인이 되는 병소(病巢)가 뚜렷이 있을 때 이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하지는 않다. 수술 전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한 뇌피질파 검사 등 충분한 검사로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 증상이나 합병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술 여부와 수술법을 정한다.

이 밖에 발작 완화를 위해 미주신경자극술, 뇌심부자극술, 반응성뇌자극술, 케톤 생성 식이요법 등을 택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의 생활수칙]

1.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먹는다. 약 복용 시간이 놓쳤다면 곧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

2.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한다. 불규칙한 수면ㆍ수면 부족은 경련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3. 금주한다.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4. 심한 스트레스는 경련 발작을 유발하므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한다.

5. 수영ㆍ등산ㆍ과격한 운동 등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피한다.

6. 경련 발작이 반복되면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1년 이상 발작이 없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운전 여부를 정한다.

7. 환자는 임신하려면 복용 약물 조정을 위해 담당 의사와 상의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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